Critical Evaluation : 비판적 고찰

Master Project (4) 영국 석사 과정 후

by 다다정



Critical Evaluation이란

Critical Evaluation은 연구자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비판적으로 다시 바라보는 과정으로 논문과 프로젝트와 함께 제출해야 하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자가 자신의 작업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며, 무엇이 가능했는지뿐만 아니라 무엇이 한계였는지, 어떤 선택이 배제되었는지를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마무리’라기보다, 이후의 연구와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한 전환 지점으로 기능한다.



이 섹션에서는 프로젝트가 놓여 있던 연구의 의미를 재검토하고, 초기 가설이 어떻게 수정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들을 분석한다.





비판적으로 다시 바라보기

나의 최종 석사 프로젝트는 지금의 패션 시스템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와 가치 판단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맞춤 의류와 비스포크 패션은 오랫동안 ‘선택받은 사람들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어떤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경험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애초에 접근조차 허락되지 않는 세계다. 우리는 패션을 흔히 ‘자기표현’의 영역이라 말하지만, 실제 산업 구조는 표현의 가능성을 계층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에 가깝다.


저가 의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선택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착취, 과잉 생산, 그리고 축적된 환경적·사회적 비용이 존재한다. 겉으로는 평등한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유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자연의 희생 위에 구축되어 왔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다른 방식의 옷 만들기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 가능성이 개인의 윤리적 선택에 머무르지 않고, 시스템 차원에서 다뤄질 수 있는지를 실험해보고자 했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시스템 설계

MMTM(Modernising Made-to-Measure) 시스템은 전통적인 패션 실천과 지속가능성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시도였다. RTW(Ready-to-Wear) 중심의 추측 생산 구조 대신, 실제 필요에 기반한 주문 생산과 지역 단위에서 작동 가능한 생산 구조를 상정했다.


이를 위해 가상 샘플링과 디지털 피팅을 활용한 물리적 샘플 최소화, 그리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섬유 폐기물의 재구성을 함께 실험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분명해진 점은,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사례와 학습 구조라는 사실이었다.






사회적 지속가능성

이 프로젝트는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비교적 초점을 맞추고 시작되었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피할 수 없는 질문으로 떠올랐다. MMTM 시스템은 소규모, 지역 기반 생산을 전제로 한다. 이는 분명한 장점이지만, 동시에 기존 RTW 시스템 안에서 일해온 봉제 노동자, 기술자, 중간 매개자들의 역할이 이 전환 과정에서 쉽게 사라질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누군가의 생계를 전제로 한 전환을 당연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프레임워크는 향후 재교육(reskilling)과 직무 전환을 포함한 사회적 안전망까지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환경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사용 - 재활용에 대한 재고

또 하나의 한계는 소재 활용에 대한 접근이었다. 섬유 폐기물을 재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섬유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재구성하는 과정은 커뮤니티 기반 접근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모든 소재는 서로 다른 수명과 환경적 영향을 지니며, ‘무엇을 얼마나 계속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다시 던져져야 한다.


사용 주기가 짧은 의류는 그에 적합한 소재 전략이 필요하며, 동시에 이미 존재하지만 사용되지 않은 원단 재고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만이 혁신은 아니며, 이미 만들어진 것을 다시 바라보는 태도 역시 지속가능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앞으로의 과제

이 프로젝트는 교육과 산업을 동시에 다루려는 다소 야심적인 시도였다. 인터뷰 과정에서 확인된 흥미로운 지점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훈련받은 디자이너일수록 새로운 프레임워크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반면,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교육받은 젊은 디자이너들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반응했다는 점이었다.


이 세대 간의 간극은 지속가능한 전환이 개인의 의지나 윤리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교육과 산업을 연결하는 중간 구조의 필요성이 분명해진 지점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프로젝트는 환경, 사회, 경제, 문화, 미학의 문제를 하나의 구조 안에 담으려 하면서 메시지가 다층적으로 복잡해졌다는 한계도 남겼다. 더 좁은 범위에서 하나의 질문을 깊이 파고드는 방식 역시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 전체를 다루는 접근을 택한 이상, 범위의 확장은 동시에 감수해야 할 조건이기도 했다.





실천가로서의 성찰

이 프로젝트는 나에게 학문적 연구와 실무적 경험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체감하게 했다. 필요를 예측해 생산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필요에 응답하는 시스템을 설계한다는 것은 디자인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일이었다.


지속가능성은 ‘옳은 선택’을 개인에게 설득하는 문제가 아니라, 선택이 이루어지는 구조 자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로 확장되어야 한다. 협력과 가치 중심의 방식은 비용과 속도를 우선하는 산업 구조 안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전환이 개인의 윤리적 결단이 아니라 정책과 시스템의 차원에서 가능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았다.


이 질문들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나의 실천 속에서,

계속해서 되돌아보게 될 기준점으로 남을 것이다.


keyword
이전 18화Master Project : 최종 석사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