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Project (3) DADA 프레임워크 : MMTM 시스템
이 글은 연재의 마지막에 앞서, 나의 최종 석사 프로젝트인 MMTM 시스템이 어떻게 실제로 구현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기록했다. 앞선 글에서 시스템적 사고와 Holistic Framework를 다뤘다면, 이번 글은 나의 프레임워크가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실행 가능한 구조로 작동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왜 ‘프레임워크’는 이론으로 남아서는 안 되는가
연구 초반부터 분명했던 나의 전제는 하나였다. 프레임워크는 설명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채택(adoption)될 수 있을 때만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다.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수많은 이론과 모델이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그것들이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너무 복잡하거나, 이상적이거나, 혹은 현장의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간극을 설계로 메우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실험을 외부의 가상 사례가 아니라, 내가 직접 이해하고 경험해 온 패션 산업의 조건 안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DADA 프레임워크란 무엇인가
DADA는 Disrupt Attire through Design Art의 약자로 나의 석사 프로젝트를 실천 중심으로 설계하기 위해 만든 프레임워크다.
DADA는 네 가지 개념을 기준으로 작동한다.
Disrupt : 기존 RTW 중심 구조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그 작동 방식을 흔들고 재조정하는 방식의 개입을 의미한다.
Attire : 단순한 의복을 넘어 디자인과 생산, 선택의 결과가 실제로 몸 위에서 드러나는 지점이다.
Design : 형태를 만드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시스템, 생산과 사용 사이의 관계와 흐름을 설계하는 도구다.
Art : 복잡한 데이터와 시스템을 감각적으로 번역해 이해 가능하게 만드는 매개다.
다다 프레임워크는 패션 시스템 안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우리는 어디에, 어떻게 개입하고 도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MMTM(Modernising Made-to-Measure) System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기까지
프로젝트 초반, 나는 영국의 비스포크 패션을 기반으로 ‘New Luxury’라는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제적인 맥락에서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과정, 특히 Hult Prize 보스턴 서밋에 참여하며 이 접근이 가진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우선 ‘Bespoke’라는 단어는 영국식 맥락에서는 자연스럽지만, 미국식 영어 환경이나 비전문가에게는 낯설고, 무엇보다 특정 계층의 문화로 인식되기 쉬운 언어였다. 단순한 단어 선택의 문제가 아닌 맞춤 의류가 여전히 ‘특권’으로 이해되는 구조, 그리고 그 언어 자체가 배제의 장치로 작동하고 있었다. 나는 소수의 취향이나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구조 설계를 위해 Made-to-Measure을 채택했다.
맞춤형 제작 (Made-to-Measure)과 온디맨드 생산 방식이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원래 필요에 따라 옷을 만들고 입어왔다. 다만 산업화 과정 속에서 효율과 속도를 이유로 이 방식이 밀려났을 뿐이다. 따라서 내가 만들고자 한 것은 새로운 시스템이라기보다, 잊혀진 생산 방식을 오늘의 기술과 환경에 맞게 다시 작동시키는 과정에 가까웠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Modern’이 아닌, 진행형의 ‘Modernising’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MMTM은 완결된 모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조정되고 변화하는 현대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MMTM 시스템: DADA 프레임워크를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한 하나의 실행 모델
MMTM 시스템은 기존 Ready-to-Wear(RTW) 중심의 추측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실제 필요에 기반한 주문 생산과 지역 단위에서 작동 가능한 구조를 전제로 한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맞춤 제작이라는 형식 자체가 아니라, 그 제작 방식이 어떤 관계와 구조 안에서 작동하는가에 있다. 이를 위해 나는 다음의 요소들을 하나의 구조 안에 통합했다.
- 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도구
- 가상 샘플링과 피팅을 통한 물리적 샘플 감소
-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텍스타일 웨이스트의 재구성
- 지역 기반 창작자와 생산자의 협업 구조
- 디자이너와 착용자 간의 관계 회복
이 요소들은 구조적 사고 (System Thinking)을 기반으로 각각 분리된 해결책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순환하도록 설계되었다.
연구의 결과물들: 프레임워크를 ‘보여주기’ 위한 시도
프레임워크가 실제로 이해되고, 공유되며, 사용될 수 있는가를 검증하기 위해 나는 서로 다른 형식의 결과물들을 병렬적으로 제작했다. 이는 하나의 결과물로 프레임워크를 설명하기보다, 각기 다른 맥락과 관점에서 시스템이 어떻게 읽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 MMTM 시스템 실험 과정과 참가자들 (착용자와 예술가)의 인터뷰를 담은 쇼트필름
- 디자이너와 실무자를 위한 DADA 프레임워크 PDF 가이드- 연구와 실천을 연결하는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 이 모든 과정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20,000 단어의 석사 논문
각 결과물은 프레임워크가 학계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산업과 실천의 언어로도 전달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한 장치였다.
‘어떻게 채택될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과정 (실험)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했던 점은, DADA 프레임워크가 설명 가능한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채택될 수 있는 구조인지를 끝까지 검증하는 데 있었다. 나는 유닛 2부터 이 프레임워크를 추상적인 개념으로 남겨두지 않고, 예비 창업 모델인 DADA를 기반으로 한 실제 구조 안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구체적으로는 MMTM 시스템을 기반으로 소비 전 폐기물을 활용한 디지털 소재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논바이너리 참가자를 위한 맞춤형 바지를 제작했다. 이후 제작 과정에서 남은 섬유 폐기물을 지역 예술가와 협업해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재구성하는 실험을 이어갔다. 이 과정을 통해 MMTM 시스템이 비즈니스 맥락에서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현실적인 제약이 발생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실험은 섬유 폐기물이 단일한 범주로 다뤄질 수 없으며, 재질과 상태, 지역적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했던 점은, 다다 프레임워크가 설명 가능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채택될 수 있는 구조인가를 끝까지 검증하는 데 있었다. 나는 유닛 2부터 이 프레임워크를 추상적인 개념으로 두지 않고, 예비 창업 모델인 DADA를 기반으로 한 실제 구조 안에서 실험했다.
이 과정을 통해 MMTM 시스템이 비즈니스 맥락에서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현실적인 제약이 발생하는지를 직접 확인했다.
현장에서 드러난 감각의 간극 (설문조사)
프레임워크 실험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3D 바디 스캐닝 워크숍과 Testbed 전시회에 참여하며,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대화를 병행했다. 이 과정은 시스템의 ‘정답’을 증명하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사람들이 어떤 지점에서 멈추고, 무엇을 망설이는지를 관찰하는 데 가까웠다.
가상 샘플링과 디지털 피팅은 물리적 샘플 생산을 줄이는 데 분명한 효과를 보였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직접 입어보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과 질문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성복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맞춤형 의복을 가상 바디를 통해 제작한다는 방식에는 오히려 더 많은 설명과 신뢰가 요구된다는 사실이었다.
이 간극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이해의 문제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기술이 가능하다는 사실보다, 그 결과를 어떻게 상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현장의 질문과 프레임워크의 확장 (인터뷰)
이를 바탕으로 프레임워크의 초안을 완성한 이후에는 UAL 교수진뿐만 아니라, 패션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 제작자,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 시스템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읽히는지를 점검했다. 특히 디지털 샘플링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손으로 옷을 만들어온 실무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거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는 환경적 지속가능성에서 출발했지만, 진행될수록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피할 수 없는 질문으로 떠올랐다. MMTM 시스템이 지역 기반 생산과 소규모 구조를 지향할 때, 기존 RTW 시스템 안에서 일해온 수많은 노동자와 기술자들은 이 전환 과정에서 어떤 위치를 갖게 되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는 향후 이 프레임워크가 재교육(reskilling)과 직무 전환을 포함한 사회적 안전망까지 함께 설계해야 할 필요성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러한 피드백을 반영하며 프레임워크는 여러 차례 조정되었고, MMTM은 하나의 이상적인 모델이 아니라 현실과 협상하며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점차 구체화되었다.
시스템을 설계한다는 것
MMTM 시스템은 계속 수정되고 실험되며 현실과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현실 가능성을 조정해 나가는 구조에 가까웠다. MMTM 시스템이 확산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의 도입만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학습 구조와 실제 사례의 축적이다.
나의 최종 석사 프로젝트는 학문적 연구와 실천 사이의 간극을 ‘시스템 설계’라는 방식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였으며, 그 과정에서 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단지 형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질문을 구조로 번역하는 존재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패션을 통해 끝내 지키고 싶었던 가치—존엄, 관계, 그리고 의미—를 다시 붙잡게 해 주었다.
*이 글에 다 담지 못한 MAFF 2023/2024 최종 석사 프로젝트의 전체 구조와 결과물은 링크 (https://ualshowcase.arts.ac.uk/@dadajeong)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