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처음을 정확히 기억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다. 내가 꾸준히 쓴 첫 글은 일기였다. 학교 숙제로 내 준 그 일기. 그 일기를 난 참 정성스럽게 썼다. 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바로 선생님. 그때 나는 내 일기를 선생님이 검사한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일기를 선생님이 읽고 간단히 써 준 글을 보는 게 기뻤다. 최초의 독자가 선생님이었던 셈이다. 일기 쓰기는 6학년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방학이면 다른 친구들은 밀린 일기를 쓰느라 바빴던 것 같은데, 나는 여러 권의 일기장을 테이프로 단단하게 고정시켜 제출했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일기 쓰기는 편지 쓰기로 이어졌다. 교생실습을 나온 도덕 선생님. 학교에서 늘 만나는 선생님과는 좀 달랐다. 내 이야기를,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줬다. 나는 그맘때 또래 아이들처럼 진로와 성적, 친구 문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 고민을 교생 선생님께 털어놓으면서 3년을 보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때 어떤 글을 썼는지, 선생님이 나에게 해준 말이 무엇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선생님과 내가 주고받은 몇 십통의 편지가 그때의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었던 것은 확실하다. 일기 쓰기를 멈춘 것은 아니었다. 차마 말로 하지 못한 서툰 감정들, 가족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일기장에 적었다. 자물쇠를 채운 일기장이 책처럼 쌓여갔다(20대의 어느날, 인생을 리셋해보겠다고 기록들을 모두 버렸다, 잘한 건지어쩐 건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