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노타이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경 Feb 19. 2018

책가방 준비보다 더 필요한 초등학교 입학 팁

'장애인 친구'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

"우리 둘째랑 나이가 같죠? 올해 학교 들어가겠네요."

"네, 맞아요. 걱정이에요. 하나도 몰라서. 거긴 둘째니까 입학 팁 좀 줘요."

"뭘요. 다 하게 되어 있어요. 책가방은 샀어요?"

"샀어요."

"벌써?"

"혹시 맘에 드는 거 다 팔릴까 봐."

"하하. 맞아, 나도 첫애 때는 일찌감치 책가방 샀던 것 같네요."

"나중에라도 입학 팁 좀 줘요. 애 친구 엄마들은 어떻게 사귀어야 하나 그런 것도 걱정이고."


점심 먹고 우연히 만난 직장 동료와 나눈 대화다. '입학 팁이랄 게 뭐 있나? 닥치면 다 하지' 이때까진 그랬다. 퇴근 후 지하철에서 이 기사를 보기 전까진. 초등학교 입학 준비로 이렇게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싶은, 내 무릎을 탁 치게 만든 기사였다. 동료에게 "책가방 샀냐?"라고 묻는 것보다 더 중요한 입학 준비물(?)을 깨닫게 해 준 기사 '새 학기, 우리 반에 장애인이 있다면?' 내용 일부는 이렇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한 악행'을 저지르는 아이에 대한 증언이 이어진다. 엄마들 사이에서 스멀스멀 퍼지기 시작하는 이야기들. 급기야 한 엄마가 총대를 메고, 학폭위 개최를 주도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데, '단지 나쁜 아이인 줄로만 알고 있던 그 아이가 ADHD(과잉행동장애)를 갖고 있다'는 거였다.


당사자 아이 부모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ADHD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아이는 매우 뛰어난 인지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공격적인 성향만 두드러지는 경우'였다고. 결과적으로 학폭위는 열리지 않았지만, 해당 엄마는 '아픈 자신의 아이를 두고 공격의 날을 세웠던 엄마들과는 일절 교류하지 않았고, 아이는 약물 치료가 효력을 발휘했는지 더 이상의 소동을 일으키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묻는다.


'자, 이제 반의 최대 위험 요소가 사라졌다. 이제 이 학급은 분위기를 흐리던 장애 아이가 사라졌으니 모든 게 평화롭고 아름다워야 한다. 과연 그랬을까? 아니, 애석하게도. 그 반대다.'


장애아이가 실제로 큰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편견이 낳은 폭력성을 지적하는 글이었다. 올해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둘째 아이가 다닌 어린이집은 장애통합어린이집이다(대부분 신체장애가 크지 않은 아이들이 온다). 스무 명 안팎의 아이들은 함께 어울려 공부하고 놀고 밥 먹고 세상 이곳저곳을 다녔다.


이런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만나도 '놀라진' 않을 거다. 그 아이들이 왜 그런지, 다른 아이들과 왜 다른 행동을 하는지 경험으로 아니까. 둘째 아이는 그런 친구들을 '생각주머니가 작은 아이들'이라고 말해 무지한 나를 깨우친 바 있다(알고 보니 어린이집에서 배운 말이란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과 교류한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기사에 나오듯 "이상한 아이가 있다"라고 할 게 분명하다. 대부분의 부모들도 '엄마 입장에 덜컥 겁이 난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엄마의 마음은 더 하다. 첫 학교생활에 장애 아이가 한 반이라니. 담임선생님이 장애 아이를 돌보느라 우리 아이한테까지 신경을 써줄까도 의문이고, 발달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니 불안하기만' 할 거다. 


왜냐? 상대방을 잘 모르니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까. 아이들도 엄마들도. 그 아이가 어디가 아픈지, 왜 그런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상대방에게 직접, 그것도 초면에 묻기는 어려운 일이다. 선생님이나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가 먼저 아이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주는 것이 가장 좋다. 알면 이해하게 된다. 어쨌든 우리는 모두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 아닌가.


아직 입학 전이라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특징이나 상황, 그리고 대처법을 미리 귀띔해주는 것도 좋다. 부모도 잘 모른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그럴 때 가장 요긴한 게 바로 그림책이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는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 그림책이 되어 줄 거다. 



회사 동료에게 바로 기사 주소를 보내줬다. 생각하지도 못한 팁이었는지 "이런 게 필요했다"면서 고맙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차별'을 가르치고 싶지 않다. 차별을 당하는 것도, 차별을 하는 것도. 그보다는 함께 사는 법, 먼저 배려하는 법에 대해 더 많이 알려주고 싶다. 인성도 습관이다. 좋은 인성은 좋은 습관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날씨 궂은날, 직장맘이 제일 걱정인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