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약 7일째.

메틸페니데이트와 벤조다이아제핀. 인생의 밸런스 게임.

by 박다은

메디키넷 부작용이 심각해서 그냥 콘서타 수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잠정 단약을 하기로 했고, 오늘로 단약 한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지난 월요일부터 약 3일간은 살짝 나른하고 졸렸지만 커피로 조절할 수 있었고, 그다음부터는 뭔가 논문이 잘 풀려서 기분도 좋고 컨디션도 좋았다. 지난 일요일까지 2절 작성을 마치고 어제는 하루 쉬었으며 이제 3절을 써야 할 차례인데 사실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단약의 후유증인지 아니면 창작의 고통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ADHD라는 어떤 문제를 약으로 해결하지 않고 그냥 관리하면서 살아가야 할 사소한 문제라고 치부하기로 했는데, 순간순간 버거워 다시 약통을 들었다 놨다 한다.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문제는 사실 약을 먹어도 별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근데도 자꾸 약을 다시 먹을 까? 하는 것은 아무래도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보다 내 마음이 편해지고 과거의 나를 자책하지 않게 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메디키넷도 콘서타도 중간정도의 용량을 먹어야 할 만큼 내가 꽤 중증인 것도 자각했지만 정작 맞는 용량을 복용했을 때 머릿속이 너무 조용해서 불편했던 것을 생각하면 절레절레 머리가 흔들어지고 약통을 내려놓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정신과를 찾아갔던 제일 큰 이유는 '수면'문제였다. 나는 기억이 있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잠에 드는 것도 어렵고 수면의 질도 높지 않다. 자각몽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데 어쨌든 꿈에서 자꾸 일을 한다. 내가 했던 일을 그대로 하니까 하루를 두 번 사는 느낌의 피로감이 늘 있었다. 누군가는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깊은 수면을 하는 증거라고 해서 그렇게 믿어볼 때도 있었는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개운하지 않은 그 느낌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대개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졸리고, 약을 먹고 잠에 들면 10시쯤 일어난다. 특별히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7시간에서 8시간 정도 자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지만, 딱 약 기운이 없어지면 눈이 떠지나 싶은 의심도 든다. 그런데 ADHD에 대한 영상을 보다 보면 다들 비슷한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이게 정말 병(?)이라면 내가 수면제를 안 먹어도 괜찮을까? 싶은 의욕적인 마음도 든다.


어쨌든 메틸페니데이트를 먹게 된 것도 수면을 조절하기 위함도 있었다. 메틸페니데이트의 각성효과와 낙차감을 이용해 수면을 유도하고 의존성이 강하고 부작용도 많다고 알려진 벤조다이아제핀 약물을 끊으려고 했던 것인데, 결국 낙차감과 각성효과는 딱히 얻지 못하고 벤조다이아제핀 복용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꽤나 당황스러운 결말이기도 하고, 정말 영원히 벤조를 끊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싶은 불안한 마음도 든다. 상대적으로 의존성이 낮고 부작용이 없는 메틸에 의존하는 것이 꽤 괜찮은 접근이라고 생각했는데, ADHD로 인한 자책과 긴장도 다시 돌아왔고 수면제의 용량도 늘었다.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밸런스 게임은 언제 끝나려나? 싶어서 웃기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 게임은 마치 내 인생과 몸을 실험실로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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