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타와 여름

강박, 우울, ADHD, 수면장애가 모두 있는 사람의 여름

by 박다은

콘서타를 먹기 전까지 나는 약냉방칸을 찾아다니던 수족냉증러였다. 여름이 너무 춥고, 겨울이 너무 추운 사람이었다. 카디건을 늘 챙겨나가고 에어컨 밑에서는 어김없이 콧물을 흘리는 사람이었다. 작년 여름, 출근길에 땀으로 범벅이 되었을 때에도 나는 폭염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지구 온난화 및 기상이변이 심각한 수준인 줄 알았다. 겨울이 되어 모두 춥다고 하기 전까진, 정말 이 더위가 콘서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핸드폰이 발열되어 뜨-끈- 한 것처럼 온몸이 뜨겁다. 뭔가 알 수 없는 뚝배기가 내 위장에서 끓고 있는 느낌이고, 내 머리는 정말 낡은 핸드폰처럼 계속 발열이 되고 있다. 자꾸 뜨겁고 덥고 땀이 나고, 땀이 나도 시원해지지 않는다. 지하철 약냉방칸(약 26도)에서도 카디건을 입던 나는 에어컨 바로 밑에서 선풍기까지 틀어놔야 발열을 멈춘 핸드폰이 된다. 또다시 여름이 왔다. 콘서타와 함께 해야 하는 여름은 손수건이 2장 이상 필요하고 샤워를 2번 이상 해야 한다. 외출 준비를 하다가 샤워를 해야 하고 길을 걷다가 땀으로 샤워를 한다. 혹여나 중요한 약속이 있다면 원피스 같은 여분 옷을 하나 챙겨가는 것이 좋을 정도로 땀이 많이 난다. 그냥 자꾸 열이 난다. 콘서타 복용을 모르는 지인들은 '갱년기'가 빨리 온 것이 아니냐며 걱정도 한다. 물, 손수건 2장, 여벌 옷(반팔티), 손선풍기를 챙겨 나가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보니 외출도 꺼려진다. 무작정 걸으며 스트레스를 풀던 나는, 산책 중에 물을 자주 먹어도 자꾸 어지럽고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운동도 집에서 하게 되었고 그렇게 조금씩 우울감도 생겼다. 작년에도 올해도, '이런 부작용을 견디면서' 콘서타를 먹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졸업 논문은 쉽지 않겠지만, 나는 정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논문과 단행본을 정리하는 것까지는 할 수 있는데, 이들 중 도대체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고 그냥 마음만 조급하다. 도통 뭐를 해야 할지 알 수 없고, 아프다는 이유로 누워있던 시간들이 원망스럽다. 근데 콘서타를 먹으면 '누워있던 시간들을 원망하지 않게 된다.' 그저 '어쩔 수 없던 과거의 나'를 이해하게 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좀 줄어든다. '어떻게든 살아온 나'를 존중하면서 아등바등 오늘을 살아내는 나를 인정하게 된다. 그거 하나 때문에 콘서타를 계속 먹게 되는 것 같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렇게 과거에 갇혀 다시 아프고 싶지 않아서 더운 여름에도 콘서타를 먹는다. 솔직히 콘서타를 복용하면서 ADHD 증상이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우선순위는 모르겠고, 시간은 너무 빨리 가고, 책을 읽다 보면 밥 먹는 것을 까먹고, 집중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것이 알고 싶다>를 틀어놓고 책을 보다가 손톱을 깎는다. 갑자기 샤워를 하고 너무 답답하면 손수건과 물병을 들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적어도 나에게는, 콘서타가 ADHD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 같지 않다. 그저 ADHD인 나를 원망하지 않는 것으로 콘서타의 효과는 끝나는 것 같다. 근데 그것이 나는 너무 만족스럽다. 그런 원망의 마음, 자책의 마음이 없는 머릿속이 너무 편안해서 당분간은 계속 복용을 할 것 같다.


논문은 사실 답보상태이다. 대략적인 키워드는 정해졌지만 방법론도 방향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데, 이 시간이 너무 힘들고 답답하고 막막하다. 읽어야 할 것들은 많은데 속도는 더디고, 콘서타가 만드는 발열에 그냥 누워있어도 지치고 힘이 든다. ADHD 때문인지 회피하는 성격 탓인지 더위 때문인지 그저 눕고만 싶고 유튜브도 재미가 없다. 하나같이 재미가 없고 다 무료하고 지겹다. 7월 초에도 이렇게 더운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더울까? 겁이 나고 막막한 마음이 든다. (아니 이제 8월이네.) 그래도 7월을 잘 버텼으니, 8월도 잘 버티고 9월까지 조금만 더 힘내보자!


*제가 겪고 있는 콘서타 부작용에 대해서 조금씩 써볼 생각입니다.

- 더움(체온 증가인지 혼자 더운 것인지 잘 모르겠음)

- 갈증(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어지러움을 느낀 뒤로 껌을 씹고 있음)

- 식욕 없음(처음에는 입덧하는 사람처럼 밥을 못 먹었고 지금은 기력이 떨어져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음)

- 알레르기 관련(이건 아직 콘서타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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