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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gil Oct 14. 2021

Identity Coffee Lab

가치 이상의 결과물

아이덴티티 커피랩

21년 5월 8일, ‘아이덴티티 커피랩’이 망원동에 따뜻한 온기를 남겨둔 채 홍제동으로 이전하였다. 염선영 사장은 평온한 동네 분위기에 걸맞게 화이트 우드 톤의 색채로 공간을 메꿔 놓았으며, 섬세한 안목으로 식물과 꽃을 배치하여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전 망원동 매장이 커피를 마시는 '쇼룸'이었다면 홍제동은 잘 꾸며진 넓은 집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효창공원에서 시작해 망원동과 구로점을 지나오면서 아이덴티티 커피랩의 노력과 배려, 성실함과 친절함이 조금씩 비쳤던 걸까? 현재 '염선영 사장'과 '윤원균 대표'는 넓은 매장에서 훌륭한 2명의 직원을 둔 사장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일산에 위치한 다른 카페에서도 ‘아이덴티티 커피랩’의 원두를 볼 수 있었다. 그간의 고생을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것 같아서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뿌듯하지 그지없을 듯하다. 다만 아쉬운 건 ‘아이덴티티 커피랩’ 대표 ‘윤원균’ 바리스타 겸 로스터와 전처럼 대화를 하기에는 로스팅 룸에서 업무를 보는 그의 모습이 훨씬 바빠 보였다는 것이다.


홍제로 이동하게 된 계기?

기존에 있던 망원동에서 홍제로 이전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식품 제조가 가능한 곳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기센 로스터기와 더불어 블렌딩 납품용 프로밧 로스터기를 추가로 들이면서, 이 두 기계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방문자들에게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제공해주는 널찍한 공간을 찾아 홍제동으로 오게 되었다. 비록 이전 매장보다는 찾아가는 길이 복잡해졌지만, 오히려 방문자 수는 전보다 더 많아졌다. 아마 '믿고 마시는', '항상 맛있는 커피를 생산하는', '비싼 돈을 주더라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아이덴티티의 인식이 소비자에게 깊이 박혔기 때문이리라. 또한 정해진 규율이나 대중성에 기대지 않고, 더 나은 커피 경험을 선사하려는 '윤원균 대표의 우직한 집념이 그들만의 철학과 개성 있는 커피로 영글어 많은 소비자들과 바리스타들에게 증명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커피이길래?

커피로 치자면, 서울에서 꼭 가야 할 카페 5곳 중 하나로 뽑고 싶다. 좋은 에스프레소와 필터 커피는 물론이고, 바리스타들의 기술적인 능력이나 호스피탈리티 또한 흠잡을 곳이 없기에 더욱 추천하는 바이다. 아이덴티티 커피랩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인상적인데, 먼저 블렌딩의 경우 로스터가 만들어내고 싶은 이미지를 떠올리고 이에 맞는 질감과 농도를 표현할 수 있는 생두를 찾아 로스팅에 적용한다. 말은 쉽지만, 이미지에 맞는 커피를 만든다는 것은 수많은 실패와 완성의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로스팅 포인트, 드럼 회전 속도 등 다양한 변수를 아우르며 적절한 타이밍을 찾지 못한다면, 로스팅한 모든 원두를 버려야 하기에 매 순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들이 프로밧 로스터기를 구입하게 된 계기도 타 로스터기보다 원두 속까지 익히기 쉽기 때문에, 커피 추출 과정시 더 고소하고 강한 질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커피가 좋은 재료에서 시작하듯이 윤원균 대표는 생두 품종과 재배 환경, 농장주 신뢰도 등의 수많은 요소를 따지지만, 더 정확한 결과를 위해 매번 샘플 로스팅 결과물을 먹어본 뒤에 결정한다. 즉 그가 의도한 로스팅에 적합하고 명확한 캐릭터를 가진 생두만이 선별되며, 이 과정 중에 취향의 문제나 가공 방식 등 '아이덴티티 커피랩'과 어울리지 않는 생두는 선택되지 않는다. 설득력이 있는 선명한 향과 캐릭터를 지닌 커피여야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만족스럽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보다 필터 커피용 생두를 찾는 게 더 까다롭다고 한다.


또한 '아이덴티티 커피랩'은 기존 고객과의 신뢰와 유대감을 지속하지 위해 납품가를 올리지 않았으며, 납품되는 필터 커피 경우엔 ‘수익이 남을까?’할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이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블렌딩과 필터 커피를 저렴한 가격으로 받아볼 수 있는 곳이 국내에 흔하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업체가 아이덴티티의 원두를 받아보고 싶어 하지만, 아쉽게도 생두 물량과 작업에 한계가 있어 무모하게 늘리지 않는 편이다.(자세한 사항은 문의해야 한다.)


추천하고 싶은 음료는 제철마다 바뀌는 게이샤 품종의 필터 커피와 화이트 오크, 칠린 블랜딩으로 만들어진 라떼를 추천한다.

커피를 고르는 방법은 간단하다. 최근 라인업으로 에티오피아, 온두라스, 과테말라, 파나마로 앞의 이름은 국가명으로 뒤에 엘 소코로, 라스 플로레스, 보타바, 부에나 비스타, 데보라, 인헤르토는 농장의 이름이다. 농장을 써놓은 이유는 환경과 상황을 제공하여 소비자들에게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투명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농장의 자부심을 나타낸다. 특히 ‘데보라’와 ‘인헤르토’의 복합적인 향과 선명한 과일, 허브, 꽃냄새는 타 커피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그 뒤에 ‘게이샤’라는 품종 이름이 적혀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어떤 비싼 커피보다 비싸고 희귀성 있는 귀한 품종이다. (유튜브나 네이버 댓글에 일본 ‘게이샤’라는 사람을 꽤 봤는데, ‘게샤’라는 농장에서 유래된 말이다.) 마지막으로 ‘노트’는 커피에서 나오는 향을 표현한 것으로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향에 가까운 것을 고르면 된다.

커피를 시킨다면, 따뜻한 온도로 여유롭게 천천히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다 마시고 나서 텅 빈 잔에 남겨진 냄새를 맡아보면 설탕이나 캐러멜 같은 달달한 향이 나오는데, 그게 커피에서 느껴지는 단맛과 일치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느끼기 쉬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커피는 다른 음료와 다르게 온도에 따라 느껴지는 맛과 향의 변화가 크다. 그 이유는 커피가 추출된 이후 따뜻한 상태일 때 복합적인 향을 표현하는 성분들이 온전하게 남아 풍부한 아로마와 플레이버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인데, 반대로 식어갈수록 휘발성이 높은 성분이 많아 감소되는 특정 향만큼 산미와 단향이 감도에 따라 다 향하게 표현되어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다.


화이트 오크는 버터스카치와 캐러멜, 오렌지 리큐르, 칠린 블랜딩의 조화로 만들어졌으며, 적당한 단맛과 풍성한 크림의 부드러움, 오렌지 향과 베이스의 깔끔함을 느낄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이다. 보통 크림이 들어간 음료를 마실 때 그냥 분리된 상태로 먹는데, 크림의 맛을 처음에 보고 그다음에 잔을 좀 더 숙여서 베이스와 같이 마시고 잔을 시계방향으로 5-6번 정도 돌리면, 크림과 베이스가 적절하게 혼합되어 들어간다. (빨대는 사용하는 건 정말 비추한다.)


대표 메뉴 칠린 블랜딩은 라떼에 정말 잘 어울리는 원두다. 산미는 낮지만 고소하면서 꾸덕한 단맛과 농도를 지니고 있기에 칠린 블랜딩으로 라떼를 마시게 되면 초코라떼와 오곡이 들어간 달달한 우유를 먹는 기분이 들 정도다.


이용 팁!

‘아이덴티티 커피랩’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이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온순하고 밝은 성격만큼이나 자신이 다루는 커피에 대한 이해력과 자부심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커피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거나,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커피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그들은 직원과 손님을 떠나 한 명의 사람으로서 손님을 존중하고 시간과 마음을 들여 이야기를 경청하는 포용력 역시 뛰어났다. 이를 알 수 있었던 계기는, 실제로 한 카페의 바리스타인 필자가 손님에게 상처 받은 마음을 아이덴티티의 손님이 되어 치유받은 것에 기인한 개인적 경험담에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아이덴티티 커피랩'에는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커피를 두고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힐링되는 곳이다.


미래의 아이덴티티 커피랩

  대한민국에서는 호주 로스터리에서 납품받은 커피가 커피 시장을 휩쓸었을 만큼 대단한 인기를 지니고 있었다. 이제는 코로나와 맞물려, 국내에 실력 있는 로스터리도 두각을 나타내게 되면서,  굳이  비싼 배송비와 원두 값을 주면서 해외 원두를  필요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카페가 증가한  같다. 요즘처럼 국내 로스터리의 역량과 이에 대한 관심이 돋보이는 때에, 앞으로의  미래에는 오늘 소개해드린 '아이덴티티 커피랩' 위시하여 우리의 원두를 호주, 미국 등의 해외 로스터리에 역수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글 : 한새길, 임다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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