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쉬는 날엔 다들 카페로 몰려갈까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여유’를 소비하는 사람들

by saegil

나는 늘 궁금했다. 쉬는 날, 사람들은 왜 불편한 장소를 택할까?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카페는 붐빈다. 애초에 서울에 있는 카페는 주차하기 어려울뿐더러, 핫하다고 하는 매장은 늘 자리가 부족하고 주문은 밀려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불편을 알면서도 굳이 카페로 향한다. 심지어 불평도 한다.


"왜 이렇게 늦어요?"

"이 정도 돈 받고 이런 서비스야? “


이 모순적인 풍경을 마주하면, 의문이 든다. 쉬러 왔다면서 왜 불편함을 감수하고, 불만을 표출하며, 여유는커녕 조급함을 드러내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쉼’이 아니라 ‘쉰다는 착각 속의 소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 ‘쉼’이 아니라 ‘활기’를 원하고 있는 사람들

현대인은 조용한 쉼보다 ‘활기 있는 정적’을 선호한다.
집에 혼자 있으면 불안하거나, 적막이 주는 평온함이 고립과 무력감으로 느끼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이런 느낌에 사로잡혀있기 싫은 유형은 대부분 카페로 간다. 시끄러운 곳, 북적이는 공간,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곳으로. 혼자이되 혼자가 아닌 듯한 느낌. 그 감정이 사람을 카페로 끌어당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활기 속에서 ‘나도 이 사회의 일부’라는 연결감을 회복하려는 듯하다. 뭐가 그렇게 외롭고 공허한지 모르겠지만 단체를 봐도 그렇다. 매장 상황과 상관없이 음료는 빨리, 한 번에 나왔으면 좋겠고 자리가 없더라도 꾸역꾸역 같이 무조건 앉아야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죽을 때도 같이 가는 관계냐고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 쉬는 날엔 완벽해야 해”라는 사회적 강박

일상은 고단하다. 야근, 스트레스, 반복되는 루틴. 그래서 우리는 주말, 혹은 하루의 휴무일에 기대를 걸고 산다. 그 하루는 “회복”이 아닌 “보상”이 되어버렸다.


1. 분위기 좋은 곳에서 커피 한 잔

2. 브런치 사진 한 장

3. ‘여유로운 나’의 연출


이 모든 행동은 실제로 여유로워서가 아니라, 여유로운 ‘장면’을 소비하기 위해 벌이는 퍼포먼스다. (개인적으로 그럴 거면 연예인을 준비하지 뭐 그렇게 아득바득 특별하게 보이려고 애쓰나 싶기도 하다.) 그러니 카페에서 주문이 밀리고 커피가 늦어지는 순간, ‘쉰다’는 판타지가 깨진다. 이윽고 순간 사람들은 분노한다.



“내 소중한 하루를 망쳤다”는 감정은 결국 직원과 시스템을 향한 부당한 화살로 전환된다.


- ‘기다림’이 비효율이 된 사회


우리는 너무 빨리 반응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1. 음식은 10분 내 도착해야 한다.

2. 쇼츠 영상은 3초 안에 흥미를 끌어야 한다.

3. 택배는 다음날 안 오면 불만이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사람은 기다림 자체를 실패로 여긴다. 그래서 쉬는 날에도, 조용히 앉아 커피를 기다리는 것조차 초조해진다. 불편함에 인내할 줄 아는 ‘여유’는 사라지고, 내가 결제한 만큼 즉각적인 만족이 주어져야 한다는 사고방식만 남았다. (이 글을 쓰면서 아무리 깊이 고민해 봐도 커피 한잔, 디저트 먹으면서 미슐랭이나 파인다이닝 같은 서비스와 퀄리티를 원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회전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애초에 가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상상과 다르다고 떼쓰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원하는 건 눈 감을 때만 하자.)


- 소비가 쉼을 대체할 때 벌어지는 일

카페는 원래 휴식의 공간이지만, 지금은 경험을 구매하는 전시장이 됐다. 인테리어, 음료, 사진, SNS, 리뷰…


우리는 카페에서 ‘쉰다’기보다, 자기만족과 사회적 승인이라는 과제를 처리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퀄리티가 기대에 못 미치면?


'당연히 분노한다.'



왜냐하면 이 하루는 내가 삶을 보상받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 기대는 과장되어 있고, 현실은 늘 거기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 부디 몽유병 상태에서 방문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 물론 드라마를 통해 부자 역할에 영감 받고 오는 것도 금지다.


- ‘여유 없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

카페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유롭지 않다. 그들은 잠깐 멈춘 척 하지만, 속은 여전히 분주하다.


- 사진을 찍고

- 알람을 확인하고

- 다음 장소를 생각하고

-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강박을 느낀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여유’를 판매하는 공간에서 가장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서비스 노동자를 대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소비자는, 사실 자기 안의 불안과 조급함을 감정적으로 전이하고 있을 뿐이기에…


메뉴판조차 읽지 못하는데 이 글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싶어서 정리해 주자면.


- 쉬는 날, 우리가 카페에서 바라는 건 ‘쉼’이 아니라 이상적인 쉼의 연출일 뿐이다.

- 기다림은 점점 더 견디지 못할 감정이 되었고, 우리는 빠른 소비와 즉각적인 만족이 일상인 세상에 길들여졌다.

- 그 안에서 진짜 ‘여유’는 사라졌고, 우리는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뿐이다. 여유는 원래 정말 있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니까.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진짜 쉬고 있나? 아니면 ‘쉬는 중인 나’를 연출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 그 하루가 기대만큼 완벽하지 않을 때, 당신은 누구에게 화내고 있나? 마지막으로 정말 서비스가 부족해서 화가 나는 걸까, 아니면 본인의 삶이 생각보다 지치고 있다는 증거일까?


여유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서 시작된다. 늘 말하지만 카페는 가지고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할 뿐, 상담이나 약을 대신 처방해 줄 수 없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