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커피 중독자.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제는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 위산도 늘고, 밤에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신호를 보내오는데 매번 그 다짐은 커피 향 앞에서 무너진다.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공부한 것이 커피였고, 내가 처음으로 사회와 마주한 방식 또한 커피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커피는, 내가 세상과 연결된 첫 번째 언어였다. 나는 커피로 나를 설명하고, 커피로 마음을 배웠다. 사람의 감정보다 한 잔의 커피 상태를 읽는 게 더 쉬웠고, 복잡한 감정선보다는 일정한 추출 압력과 온도를 조율하는 일이 더 익숙했다. 그래서일까. 사람보다 커피를 먼저 이해하게 됐고, 사람보다 커피를 더 사랑하게 됐다.
어떤 사람에겐 고작 몇 천 원짜리 음료일지 모르지만 내게 커피는 작은 기술이었고, 성실한 생활이었으며, 무언가에 깊이 몰입해 본 최초의 기억이었다. 내가 커피를 사랑하게 된 건 그 안에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향을 알아채는 감각, 볶은 시간의 여운, 물줄기의 리듬을 기억하는 손끝은 내가 이 일을 오래도록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다. 어떤 일보다 섬세하게, 어떤 관계보다 꾸준하게 사랑했던 대상. 사람들이 커피를 끊는 이유가 카페인이라면 나는 커피를 끊지 못하는 이유가 감정이다.
사실 다른 일도 해보려 했다. 하지만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 문서 속 숫자, 사무실의 공기, 격식 있는 말투.
내가 나 아닌 것 같았다. 반면 커피 앞에서는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익숙함을 넘어선, 오래된 연애처럼. 어설펐지만 진지했고, 서툴렀지만 애틋했던 첫 연애 말이다.
커피를 내리는 시간은 세상에 끼어 있던 나를 빼고, 오롯이 나만 남게 한다. 카페는 공간을 즐기는 일이지만, 커피는 시간 속에 나를 담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커피를 내린다. 오늘도, 어제처럼. 커피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내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나만의 언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