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

by 아빠를 여행하다

_ 23.


루앙남타 시내는 부족 마을로 트래킹을 떠나는 단체 여행객들과 오토바이를 빌려 마을 깊이 돌아다니려는 커플들이 시내 한복판을 점령하고 있었다. 대부분 유럽계 또는 미국계 백 패커들이었다. 이곳에서 무앙싱으로 가게 된 데에는 스페인 부부의 영향이 컸다. 관광객이 훨씬 적다고 했다. 거기서 찍은 현지인들 사진을 자랑삼아 보여주며 소수 민족들을 훨씬 더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머문 숙소도 함께 추천해 줬다.

그래서 며칠간 무앙싱에 다녀오기로 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당일 보텐을 통해 중국 국경을 넘기로 하고 일단 무앙싱에 들어가 기로 했다. 가봐서 일단 재미가 없으면 루앙남타로 돌아올 요령이었다. 산길을 구비구비 휘 저어 들어간 무앙싱은 한적하고도 척박했다. 멀리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산등성이가 펼쳐지고 있었고 도로는 대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물류를 싣고 오가는 중국 화물차와 그들을 위한 식당, 숙박업소 등이 심심치 않게 눈에 뜨였고 중국 물건만 판매하는 마트도 등장했다.

그들은 도착한 첫날 중국인이 운영하는 빈관에 머물다가 결국 고약한 화장실 냄새를 이겨내지 못하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방갈로로 옮기고 말았다. 좀 더 따뜻하게 자보려고 했던 것인데 화장실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콘크리트 벽의 혜택보다 훨씬 강력했다.

메콩강 주변 국가들은 유럽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손으로 쏴서 발사하는 수동 비데들이 화장실에 얼추 갖춰져 있었다. 변기도 좌변식이었다. 다만 쪼그려 앉는 중국식 재래 변기는 저 깊숙한 내면세계(?)에서 올라오는 악취로 인해 시건장치가 부실하다거나 침대와 사이좋게 붙어 있을 경우 농도 짙은 후각 능력을 경험하곤 했다.

여행도 벌써 중반 가까이 지났고이 쯤 되면 아이는 뭘 느끼는지 그는 궁금했다. 아빠가 가자는 대로 따라나서기는 했으나 흥미로운 탐험 길인지 지치고 힘든 고행길인지 주변 사람들도 알고 싶어 했다. 하기야 그가 묻기도 전에 엄마가 SNS를 통해 매일 같이 질문하곤 했다.

"잘 지내니?"


그때마다 아이는 언제나 "신기하고 재미있다"라고 했다. "가끔 아빠 때문에 괴롭기도 하지만 참을 만하다며 엄마 일이나 잘 돌보라"며 제법 허세를 부렸다.


"야, 너는 아빠랑 다투냐?"

"다투지..."

"아빠 말로는 혼난다고 하던데?"

"혼난다고? 아냐! 다투는 거지"

'혼나는 것은 뭐고 그럼 다투는 것은 뭔데?"

"뭐, 그게 그거지 뭐"

"야, 다투는 것은 서로 잘못을 두고 내가 옳다 네가 옳다 서로 우기는 걸 다툰다고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너는 아빠 말로는 일방적으로 혼난다고 하던데? ㅋㅋㅋ"

"... 그럼 혼나는 것은 뭔데?"

"그걸 꼭 엄마가 입으로 말로 해야 알겠냐? ㅎㅎㅎ"

"나도 알아~ 아빠가 하지 말라는 걸 계속해서 그러는 거~내 잘못도 있지. 그래도 우리는 틈틈이 다퉈"

"그래 잘 아네~ 혼나는 것과 다투는 것의 차이. 아빠가 위험하고 남에게 피해가 되니까 하지 말라는 걸 자꾸 해서 혼나는 거고 다투는 건 그럼에도 서로 생각이 달라서 그러는 거고. 아빠가 야~, 너 그 만화 웃음소리 때문에 아주 힘들다 그러더라~"

"뭐, 그거? 제 하하하하 하하하ㅏㅏㅏㅏ 이거?"

"아유! 야, 고막 찢어지겠다! 그만 그만! ㅎㅎㅎ 그래, 잘 지내고 또 연락하자~"

이 즈음에서 그도 아이와 어떤 여행자가 돼야 할지를 선택해야 했다. 아무리 많은 곳을 다녀도 또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그 선택은 여행자 몫이었다. 아이를 만날 것인지 그 밖에 다른 사람을 만날 것인지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와의 자전거 투어는 계속되었다. 전과 마찬가지로 며칠 동안 아이와 마을을 돌며 자전거를 함께 타고 노는 것이 주목적이 되었다. 몽족, 아카족, 카렌족 등등의 소수민족들이 산지 주변에 넓게 포진해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특별한 축제가 아니고서는 그들의 전통의상이라든지 춤이라든지 독특한 볼거리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며칠 후면 바람이 쏠쏠 통하는 등나무 집들과도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곧 중국 국경을 넘는다고 생각하니 묵혀둔 긴장감도 미리미리 피부로 감싸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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