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27.
"너 그거 알지? 제임스 본드 나오는 영화 있잖아~ 007. 아빠는 옛날에 그 영화들 보면 가슴이 설렜는데 그 이유를 알겠어!"
"뭔데?"
"그 이유는 그가 어디론가 항상 떠나기 때문이야~"
"그래?"
"그리고 너 헐크 알지? 헐크!"
"알지. 헐크! 인크레버들~ 헐크!"
"마블에서 나오기 전에 오리지널 헐크가 있었어. 주말에 텔레비전에서 하는"
"알아. 한번 봤어. 차를 들다가 가만히 놓더라. 근데 이상해! 헐크 색깔이. 좀 누래~"
"맞아. 그리고 배너 박사가 마지막 장면에서 어디론가 떠나. 손을 흔들어 지나가는 차를 잡으려고 해. 히치 하이킹을 해! 나는 왠지 그 장면이 너무나 쓸쓸한 거야. 그러면서 돌아올 것을 약속해! 다음 만남을 기약해. 그때 내가 너만 할 때였는데 난 그 기억이 아스라이 남는 거야. 그게 너무나 인상적이었어!"
"그래?"
"따라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날만 있어~"
"뭔데?"
"떠나는 날과 안 떠나는 날. 그럼 오늘은 어떤 날?"
"떠나는 날!"
그들은 또 다음 목적지로 떠나고 있었다. 그는 라오스에서 못 다했던 다양한 소수민족들과의 만남을 새로이 기약하며 중국 운남성에서도 산기슭에 흩어져 있는 부족 마을을 돌아다니고자 했다. 원시적인 흙과의 만남이 여전히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여행은 딱 두 종류야~"
"뭔데?"
"신을 만나거나 인간을 만나거나~"
"?"
"우리가 여행하면서 사원이나 절에 가지?"
"응"
"교회나 성당에도 가지?"
"응"
"그건 뭐야?"
"신을 만나러 가는 건가?"
"그렇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인간이 만든 신의 형상을 만나기도 하지만 아무튼 신이 주제인 거지. 신을 보러 가는 거지."
"그럼 산에 가, 또는 바다에도 가. 그건 뭐야?"
"?"
"그것도 마찬 가지지. 자연이건 우주건 또는 뭐라 불리건 간에 조물주가 만든 무언가를 보러 가는 거잖아. 인간이 손수 제작해서 만든 건 아니잖아. 자연히 그렇게 됐다고 해도 말이야. 그지? 그러면 남는 것은 뭐야?"
"응?"
"인간이지?"
"응"
"그래서 우리가 인간들을 만나자는 거야. 이런 부족 저런 부족들을. 각자 방식과 전통대로 살아가는 족속들을 말이야. 라오족, 카이족, 흐몽족, 아카족, 타이루족 등등"
"그래?"
"응. 중국만 해도 한족 외에 소수민족이 55개나 있다는 거지. 우리는 단일 민족이지만 이들은 지역마다 다르다는 거지. 말도 다르고, 풍습도 다르고 결혼, 제사, 출산, 매장하는 법, 신앙, 자녀교육, 음식, 삶의 방식들이 다르다는 거야. 그리고 너 지구 상의 언어가 모두 몇 개인지 알아?"
"몰라. 100개? 500개?"
"전부 6,700개나 된데"
"정말?"
"나도 확실한 건 아냐. 책에서 얼핏 봤어"
"진짜~ 많다!"
"그중에 인도에만 260개라는 거지~"
"아빤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
"... 너 내가 슈퍼맨인 거 몰라! 너 잠잘 때 지구를 날아다니면서 전부 세고 있잖아! 암튼..."
"아, 예, 예에~"
"그런데 너 그거 알아. 다양한 언어도 언어지만 그 안에서 표현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중요한 거?"
"그게 무슨 말이야?"
"예를 들어 태평양에 있는 사모아족들한테는 화를 내다는 말이 없다는 거지. 왜? 화를 안 내니까. 화를 안 내니까 쓸 필요가 없는 거야. 쓸모가 없으니까 굳이 말이 필요 없는 거지. 또 에스키모 사람들한테는 눈의 종류만 해도 수 십 가지라는 거야. 왜? 눈에 보이는 게 전부 눈이잖아. 문만 열고 나가면 발에 차이는 게 전부 눈이잖아. 아~왜 우리나라도 많잖아? 싸락눈, 진눈깨비, 함박눈 등등"
"그러네~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생각해보니까 우리나라 말에도 아빠라는 말이 완전 많다는 거지! 안 그래?"
"아빠, 아버지, 뭐... 아버님?"
"그뿐이냐~ 아범, 아 애비, 부친, 춘부장... 등등"
"아 예~ 그러니까 아빠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그래서 중요하다~?"
"그렇다 요놈아~ 사람은 사람을 통해 발전하느니라~ 너한테는 그게 바로 아빠시니라~. 내가 진리요, 법이니라~ 알겠느냐, 요놈아!"
"아 아파! 아파. 목 좀 놔, 아파 아파. 아빠아~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