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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다. 그는 아주 잘 잤다.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꿈자리를 누렸다고 생각했다. 새벽녘에 등장하느라 인사를 제대로 못한 한방 식구들과 통성명을 마치고 그들은 도심 속 라이프스타일을 확정 지으려 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말 그대로 밤새도록 쿤밍 시내를 뱅뱅 돈 통에 시내 투어는 벌써 마친 듯했다. 얼추 지리가 눈에 들어왔고 도심의 대표적 명소와 매장 위치도 이미 꾀 차고 있었다. 그들은 팍슨 백화점 지하 매장에서 도시락을 공수하는 것으로 알뜰한 식생활을 시작했다. 한판 도시락에 밥과 반찬을 푸짐하게 담아 들고는 숙소에 마련된 거대한 루프 테라스에서 쿤밍의 청명한 겨울 하늘을 디저트 삼아 맘껏 즐겼다. 머무는 내내 그랬다.
때는 갈매기 축제 시즌이었다. 철 따라 이동하는 갈매기들이 쿤밍의 크고 작은 호수에 머무는 기간이었다. 덕분에 도시는 온통 갈매기 밥을 던져 주는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곳에 날라든 이방인 두 명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갈매기들과 하나가 되었다.
한편 시내에선 한 햄버거 회사의 판촉 축제가 한창이었다. 길거리에 햄버거를 쌓아두고 2분 안에 누가 누가 빨리 먹기 대회를 하고 있었다. 특별한 자격은 없었다. 줄만 잘 서면 되는 것이었다.
"아빠, 나 저거 하고 싶어! 제발~"
팔을 잡고 잡아 끄는 아이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진짜? 음... 꽤 기다려야 할 텐데?"
"한 번만. 응? 한 번만. 제발~"
그래도 귀찮았다.
'차오판과 미엔티엔에 지칠 만도 하지. 그동안 이런 게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우리 같은 이들을 위한 공짜 시식이라~'
그 마음도 이해가 됐다. 그는 팔로 거부하고 있었지만 간만의 햄버거가 뇌리에서 땅기기도 했다.
"그래! 그럼 하자!"
한자로 이름을 적고 전화번호 도적 어야 하는 절차가 있었다.
"얼마나 먹을 거야? 아니, 얼마나 빨리 먹을 거야?"
사실 먹고 난 이후가 염려되었다. 아이가 우적우적 마구 먹는 통에 소화도 안되고 배탈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아이에겐 전략이 있었다.
"나는 딱 두 개 만 먹을 거야! 하나는 일단 빨리 먹어. 막~. 그래도 대회니까! 보는 사람들 눈도 있으니까. 그리고 다른 하나를 탁 집어 들어! 그리고 한 입 먹는 척하면서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을 하면서 천천히 2분을 채워.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손에 쥐고 퇴장을 하는 거야~"
"오호~ 대단한데~ 그러야. 그거! 너의 전략, 너무나 마음에 들어! 그거야 바로. 그거!"
눈 앞에 그들을 구경하려는 관중이 꽉 들어차 있었다. 반바지 차림만 봐도 이 부자가 멀리서 날아든 철새라는 것은 금세 알 수 있었다. 되도록 그는 진정성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표정에 그것을 진지하게 담아가며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빨리 먹기가 아닌 계획대로 먹기를 실행하려니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상 표정 관리가 연기자 급은 돼야 했다. 그래도 잘 먹는 모양새를 드러내기 위해 입을 좍좍 벌려야 했는데 나중에 관계자가 사진 한 장을 따로 찍을 수 있겠냐고 해서 국제적으로 밥값은 해야 했기에 입을 좍좍 벌린 얼굴을 내어주었다.
그들은 결국 계획대로 먹고살았다. 먹다 만 햄버거를 손에 쥘 수 있었고 목이 마를 까 봐 제공하는 공짜 생수도 챙겼다. 게다가 특별 선물도 함께 받았다. 특별 선물이래 봐야 주변에 위치한 백화점 할인 쿠폰들이 전부였지만.
그 덕분에 온종일 배부른 삶을 살 수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겨울 햇살로 등도 따스하고 마음도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