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

by 아빠를 여행하다

_ 38.


그는 아이와 타임 아웃을 선언했다. 아빠 스스로 정리하고 다스릴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마음이 풀릴 때까지 아이와 말 한마디도 안 하겠다는 의도가 더욱 강했다. 아이는 괴로웠다. 좀처럼 장난을 쳐도 받아주지 않는 아빠를 두고 갑자기 고아가 된 듯한 공황을 경험했다. 기차에서 보낸 긴 시간은 온종일 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타임아웃이야'

'너도 부모와의 대화가 얼마나 귀한지를 이번 기회에 알아야 해'


이렇게 취사선택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풀어지지 않았다. 더욱 답답해했다.

그가 갈등을 마주하고 앓고 이겨 내는 방식은 어릴 적 그대로였다. 그는 속이 상할 때면 아무에게도 말도 못 하고 그저 혼자만의 방식으로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세상을 무던히 이겨내곤 했다. 그러던 그 방식 그대로였다. 아이에게 이러는 것조차 유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말로는 이렇게 저렇게 풀어내라고 다른 사람들과 자식들에게 교과서처럼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그랬다.

나이를 먹고 부모라는 타이틀만 붙었을 뿐 그때 마주하던 아이, 그때 단절된 그 아이는 그대로 있다는 것을 묘하게 절감하고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에 앓고 있는 아이가 그와 함께 숨 쉬며 살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바나나와 단풍나무가 묘하게 어우러지고 있었고 무성한 갈대가 높다란 하늘을 찌르는 풍경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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