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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끊임없이 아빠의 사랑을 갈구했다. 쿤밍에서 산에 오르던 날도 아이가 길을 걷다가 돌 뿌리에 걸려 넘어졌는데 순간 그의 입에서"어?!"라고 나왔다. 그가 놀라서 자동반사적으로 나온 말이지만 아이는 아빠가 "괜찮아?~"라는 말을 해주길 기대했었다. 물론 저의 실수를 용납할 포근함을 덧대고도 싶었다.
아이는 계속해서 "아! 아!" 하는 신음을 내고 싶었지만 그가 그걸 듣기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빠른 걸음을 못 좇아가고 쩔뚝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마치 이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는 양 "걷기 싫어? 빨리 따라붙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아빠가 몹시 섭섭했다.
지난번 기차역에서도 그가 "손 좀 주머니에 쳐 넣고 있지 말고 좀 도와줘!"라고 했을 때 "그럴 땐 아빠가 '짐 좀 들어 줄래?'라고 부탁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하려 했다가 험악한 분위기상 그냥 들어주고 말았었다.
지금도 미안하다고 했는데 그의 마음이 안 풀렸는지 자기 말에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이 꽤 섭섭했다. 그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저 잘못을 인정도 하고 그래서 미안하다고까지 했는데 아빠가 그러는 것이 답답했다. 그래서 기차에서 그에게 기대고 싶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이는 자기 무릎과 사랑을 나누면서 갔다.
결국 그날 밤 소란스러운 사건 이하나 벌어졌다. 그 사건을 두고 그는 아이가 잠재해둔 고통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다.
자정 무렵 역에 도착한 그들은 비 내리는 도심을 헤치고 저렴한 숙소를 찾아다니다 결국 국제청년연맹 유스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난닝도 숙박요금이 만만치 않았다. 쿤밍만큼은 아니었어도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밤늦은 시각이라 남들 자는 틈을 조심조심 헤치고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옷 입은 채로 들어가선 잠만 고스란히 자고자 했다.
그날 밤 그는 자다 말고 두어 번 벌떡 깼다. 아이를 잡으러 나가기 위해서였다. 아이는 복도에서 두 눈을 찡그리고 잠이 덜 깬 채 컹컹거리며 울부짖었는데 숙소가 온통 떠나가라 울어 재 끼고 있었다. 물론 그러는 데는 원인이 있었다. 아이는 잠자리가 조금만 더워도 헛소리를 치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방 안에 널어놓은 빨래로 인해 온통 썩은 쉰내로 가득 차 있었고 푹푹 찌는 습기와 더운 히터 때문에 숨쉬기조차 곤란했다. 집에서도 종종 잠이 덜 깬 채로 징징대면서 침대 밖을 돌아다녔지만 장소 가장 소인지라 남들 곤히 자는 시간에 고요한 적막을 깨고 공간을 쪼개는 이 같은 외침은 동반자 입장에서 끔찍한 트라우마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문을 열고 나가면 자동 시건장치 때문에 밖에서 못 들어오는 구조였다. 복잡한 계단에서 헛디뎌 구른다거나 숙소 밖으로 나간다 치면 국제미아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자책하고 있었다.
'아, 나의 침묵이 가져다준 부작용인가'
말없이 타임아웃을 보낸 것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믿고 싶었다.
"밤새 기억나냐?"
아침을 맞이한 아이는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밤새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오히려 이렇게 묻는 아빠를 낯설게 쳐다보며 자기 몸을 멀쩡히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