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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an 24. 2018

성철스님 기념관과 겁외사

성철스님 기념관

                                                                                                                         

▲ 성철스님 기념관 겁외사 길 건너편에 지어진 성철스님 기념관 


남사예담촌을 나와 진주를 향해 한참을 달리다 '성철스님 기념관'을 발견했다. 그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종교가 없는 나에게도 성철스님은 큰 가르침으로 유명하신 분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철스님의 명언과 함께 일반인에게도 유명해진 스님이기 때문이다.


이 기념관은 성철스님의 친딸 불필 스님과 원택 스님을 비롯한 문도 스님들이 큰 스님의 뜻과 덕을 받들어 대중들을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하려고 탄신 100주년 사업의 하나로 2011년 짓기 시작했다. 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히는 성철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이 기념관은 지난 4월 24일 개관했다. 


연화좌대 위에 올라선 여덟 개의 기둥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데 '올바른 여덟가지 길'을 상징하고 있다. 양쪽 벽면에는 성철 스님의 출가송과 오도송이 지름 3m의 크기로 조각됐다. 


기념관 1층은 참배의 공간으로 해인사에서 주장자(柱杖子)를 들고 있는 성철 스님의 대리석 법상이 놓여 있으며 2층은 참선과 기도, 정진, 강연을 할 수 있는 강당 퇴옹전이 마련됐다. 아쉽게도 내가 간 날은 2층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 성철스님 사리탑 겁외사 앞마당에 있는 성철스님의 사리탑 


성철스님 기념관 길 건너에는 성철스님의 생가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겁외사'가 있다. 겁외사는 성철스님의 상좌인 원택스님이 성철스님의 생가터에 세운 절이다. 성철스님은 '이영주'라는 속명으로 24년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출가 후 단 한번도 찾지 않았다고 한다.


겁외사 입구는 18개의 기둥으로 된 누각인 '벽해루'다. 벽해루를 지나면 앞마당에 성철스님의 '사리탑'이 있다. 장엄한 성철스님의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성철스님의 사리탑을 지나 해근문을 통과하면 성철스님의 생가가 나오는데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성철스님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는 기념관은 '포월당'이 있다.


아녀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

속세의 헛된 이야기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으리라.

돈이나 재물에는 손도 대지 않으리라.

좋은 옷에는 닿지도 않으리라.

신도의 시주물에는 몸도 가까이 않으리라.

비구니 절에는 그림자도 지나가지 않으리라.

냄새 독한 채소는 맡지도 않으리라.

고기는 이빨로 씹지도 않으리라.

시시비비에는 마음도 사로잡히지 않으리라.

좋고 나쁜 기회에 따라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라.

절을 하는 데는 여자 아이라도 가리지 않으리라.

다른 이의 허물은 농담도 않으리라.


포월당에서 본 성철스님의 말씀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현대인들의 삶이 성철스님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부끄러운 삶인지 반성해본다. 최근 15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나. 많은 욕심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긍정의 마인드로 변화하였다. 어쩌면 성철스님의 가르침이 이런 게 아닐까? 


'자기가 본래 부처님입니다.'


▲ 칼소면 소면과 같은 두께로 한가닥씩 칼로썰어 만든 면으로 만든 '냉칼소면' 


성철스님 기념관을 지나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진주 냉면이 유명한 진주시 이현동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어렵게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같이 간 일행이 화장실이 급하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옆에 있는 한산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우연히 들어간 국수집 이름이 '칼소면'.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한 집이라고 한다.


칼소면은 소면과 같은 두께로 한가닥씩 칼로 썰어 만든 면을 칼소면이라고 한다. 냉칼소면과 콩국수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칼소면의 식감은 일반 소면과 곤약면의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 만드는 방식은 특이한데 맛에서는 별로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 곳. 결국은 아쉽게도 맛보지 못한 진주냉면이 더 생각났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짧은 2박3일간의 산청여행이 끝났다. 홀로서기 3개월째인데 15년간 직장생활 하면서 여행다닌 것보다 더 많이 돌아 다녔다. 세상은 이렇게 크고 넓은데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아온 인생이 아까웠다. 


더 넓은 세상 더 많이 보아야 생각의 폭도 커지고 사람의 '그릇'도 커지게 마련인 것을 이제서야 조금 더 알아간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나도 이제 조금씩 도인이 되어 가는가 보다. 성철스님의 말씀처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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