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캠핑 문화가 필요한 곳
▲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 한적한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다
6월의 초여름. 바야흐로 캠핑의 계절이다. 밤에 많이 춥지도 않고 낮엔 한여름처럼 많이 덥지도 않아 야외활동 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평일에 혼자서 다니는 여행에 재미를 붙인 나에게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메르스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집에 있지 않고 계속 밖으로 돌아다니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항상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조심하라'고 하신다. 하지만 평일에 돌아다니다보면 웬만해선 사람이 없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며 어머니를 안심시키곤 한다.
워낙에 어릴때부터 직장생활을 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 가까운 곳에 여행 한번 다니지 못하고 30대가 훌쩍 넘어 버렸다. 그 덕에 지금은 어딜가도 새롭다. 그 재미에 하루라도 빨리 더 많은 곳을 다녀 보려고 하고 있다.
3월말 혼자 떠난 제주도를 시작으로 산청, 진해, 밀양, 구미, 충주, 안면도, 학암포까지 많이도 돌아다녔다. 맛있는 먹거리와 경치 좋은 곳을 구경하고 곳곳에 숨어 있는 우리의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해서 점점 중독이 되어가는 것 같다.
▲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 한여름에 캠핑하기에는 나무 그늘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청도 프로방스 빛 축제'를 알게 되었다. 그림에는 문외한이지만 가끔 미술관에서 모르는 그림 감상하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 청도 프로방스 빛 축제는 관심이 가는 행사임에 틀림 없었다. 행사장 곳곳에는 모조품이지만 세계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그림을 감상할 수도 있고 밤에는 화려한 불빛들로 둘러싸인 빛 축제를 즐길 수도 있었다.
덕분에 이번 여행지는 '청도'로 결정하고 다른 정보들을 더 모아가기 시작했다. 최근 나의 여행은 캠핑으로 시작해 캠핑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캠핑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여행경비가 저렴해 어디든 부담없이 떠날 수 있다는 것과 요리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야외에서 내 맘대로 만들어 먹는 맛있는 음식들이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야영지는 청도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로 결정했다.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는 밀양의 기회송림처럼 지역회에서 관리하는 유원지인데 아직 유료개장전이라 무료로 캠핑이 가능하다고 한다. 6월 20일 이후에는 정식 개장으로 소정의 야영비와 주차비를 내야한다는 정보를 가지고 야영장으로 갔는데 인터넷상의 정보와 달리 개장일이 당겨져 6월 12일이 유료개장일이었다.
▲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 최근 심한 가뭄으로 운문댐의 수위가 많이 낮아졌으며 하류보 하천에도 수량이 매우 적어 물놀이 하기에는 아쉬웠다.
내가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를 찾은 것은 6월 11일. 유료개장일 전 마지막으로 무료 캠핑 가능한 날이었다. 내가 텐트를 치고 있을 때 유원지를 둘러보기 위해 나온 관리직원이 있었고 인사를 하고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그 직원에게 '인터넷상에는 6월 20일까지 무료라는 정보가 퍼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무료로 알고 찾아올 여행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그 직원도 나의 의견과 같은 문제가 걱정 되어 유원지를 함께 관리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개장일을 당기지 말고 예고된 개장일에 유료개장을 하자고 건의했지만 자신의 의견과 달리 개장일을 당기는 것으로 의사결정이 되었고 당겨진 일정대로 내일 유료 개장식을 진행한다고 했다.
아직 유료개장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알 수 없으나 내가 방문했을 때 유원지는 유료로 야영을 할 만큼의 유지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바닥에는 화롯대 없이 불을 피운 흔적이 여기 저기에서 발견되었고,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가 말라 붙어있는 곳도 있었다. 개수대 역시 깨끗하게 관리되지 못해 식기류를 설거지할 때 찝찝한 기분마저 들었다.
유원지를 야영장으로 활용하면서 쓰레기 처리와 같은 기본적인 프로세스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듯했다. 배출되는 쓰레기는 야영객들에게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여 처리할 것인지 되가져 가게 할 것인지 종량제 봉투를 판매한다면 쓰레기 배출은 어디로 하게 할 것인지 등의 기준이 없다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 여름철 많은 피서객들을 그냥 받는다면 유원지의 소중한 자연 환경이 훼손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 돌다리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의 명물 돌다리
청도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는 '운문댐' 조성과 함께 수몰민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조성되었다. 고향을 잃어버린 운문댐 수몰민의 망향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조성되었지만 현재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운문댐의 유지수를 방류해 물놀이 공간을 갖춘 유원지이지만 최근 계속된 가뭄으로 운문댐의 수위가 낮아져 유원지 하천의 수량도 함께 줄어 물놀이를 하기에는 아쉬웠다.
양쪽 하천변 둔치가 모두 야영이 가능한 유원지라 많은 캠핑족들을 수용하기에 충분한 공간이지만 주말에는 자리 잡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이다. 이제 정식 유료개장이 된 만큼 많은 이용객들의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도록 잘 유지관리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유원지를 찾는 캠퍼들도 성숙된 캠핑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비양심적인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평일 저녁의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에는 나를 포함해 총 3동의 텐트만이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늦은 밤 저녁을 먹고 주변 산책을 한 뒤 텐트에 돌아와 누웠는데 계곡수가 흐르는 소리가 시끄러웠던 산 중 캠핑장과 달리 물 흐르는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을만큼 조용한 밤을 즐길 수 있었던 야영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