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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Feb 08. 2018

파스타는 싱겁고, 전은 타고... '멘붕'이 왔다

2015 익힌 토마토 쿠킹 콘테스트... 난생 처음 참가한 요리 대회

                                                                                                                                  

▲ 익힌 토마토 요리대회 오늘의 메인 식재료인 토마토와 함께 세명의 심사위원석이 준비되어 있다 


어머니가 시장에서 토마토 한 상자를 5천 원에 '득템' 하셨다. 평소 토마토를 즐겨 먹지 않는 우리 집인데 어머니의 그 토마토 한 상자로 인해 토마토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우연한 계기로 토마토 요리대회까지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대망의 본선 디데이가 되었다.


사단법인 한국토마토대표조직이 주최하고 중앙일보시사미디어SM지사가 주관한 이번 대회는 지난 8월 27일 오후 3시부터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라퀴진'에서 진행 되었다. 이날 심사위원으로는 한국토마토대표조직의 최계조 회장과 토니오 셰프 그리고 한국 1호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 요리연구가가 함께 해주었다.


요리 대회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서울에 갔다. 직장에 다닐 때는 몇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다녀가곤 했었는데 이제 홀로서기를 하다보니 일부러 오지 않으면 올 일이 없다. 오랜만에 가는 서울인데 요리대회만 참가하고 내려오기가 아쉬워서 하루 일찍 올라갔다.


혼자 올라가는 거라 저렴한 숙소를 구하기 위해 소셜커머스에 접속했다. 혼자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숙소는 뭐니 뭐니 해도 게스트 하우스다. 원래 계획은 한강에서 하루 캠핑을 하는 것이었는데 대회를 앞두고 태풍이 올라와서 날씨가 좋지 못했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해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했다.


내가 묵은 게스트 하우스의 퇴실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위치가 동대문이었는데 대회가 진행되는 곳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대회장에는 오후 2시 40분까지 가면 되니 그 사이 시간에 청계천 근처 대형마트에 갔다. 거기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대회에서 만들 요리 재료를 샀다.


웬만한 재료들은 집에 있는 것들로 챙겨오긴 했는데 추가로 사야할 것들이 있었다. 특히 파슬리 가루 같은 건 집에서 절대 사용하지 않는데 '대회'이다 보니 플레이팅을 위해 처음으로 사보기도 했다. 


"요리 잘 못해요"... 겸손한 그분들은 요리 '고수'였다


▲ 요리준비 난생처음으로 요리대회에 참가해서 오늘의 메뉴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매번 서울에 올 때는 비행기를 타고 와서 지하철로만 이동 했었는데 이번에는 짐이 많아서 차를 가지고 올라왔다. 우리 집에서 서울까지는 고속도로로 4시간 30분 코스다. 하지만 문제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서울 시내였다. 차가 얼마나 밀리는지 나 같이 널널한 지방에서 살던 사람은 서울에서 운전하고 살라고 하면 복장터져서 못 살 것 같았다.


하루 일찍 올라오면서 복잡한 서울 시내를 미리 경험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서둘러 행사장으로 갔다. 다행히 예상보다 일찍 도착을 했고 도착한 행사장에는 스태프들이 대회준비에 한창이었다. 그곳은 정말 TV에서나 보던 요리 세트장이었다. 난생 처음보는 관경에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나처럼 일찍 온 2명의 참가자와 잠시 대화를 나누며 서로 파이팅을 주고 받았다. 두 분 모두 나이가 좀 있으신 주부들이셨는데 자신들은 요리 잘 못 한다며 '겸손'을 보이셨다. 하지만 결국 그 두 분은 은상과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 잠깐 동안의 소통이 있었다고 그분들이 상을 받는 모습에 나도 기뻤다.


알고보니 그분들은 요리의 '고수'였다. 한 분은 얼마 뒤에 춘천에서 있을 토마토 요리대회에 또 나간다고 하셨고 한 분은 다음날 부산 센텀에서 있는 요리 봉사활동에 참가한다고 하셨다. 두 분 모두 요리가 '생활'이신 분들이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반가운 만남이었다.


나는 내가 제일 멀리서 온 참가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2번 조리대에서 요리하던 커플 참가자들분들은 부산에서 왔다고 한다. 여기서 가까운 이웃 동네 사람들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대회 끝나고 나가는 길에 잠시 말을 걸어 인사를 나눴다.


1번 참가자의 엉망진창 요리 만들기


▲ 심사 세명의 심사위원들이 1번 참가자인 내 요리를 시식하고 있다 


식순에 따라 오후 3시부터 행사가 시작되었다. 1시간 가량 토마토 요리대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와 참가자 소개, 심사위원 소개 등이 진행되었고 실제 요리 만드는 시간은 4시부터였다. 요리가 시작되면서 앞쪽에 설치된 모니터에 1시간으로 맞춰진 타임 워치가 돌아갔는데 그 타임 워치가 평소 집에서 요리할 때와는 다른 긴장감을 안겨 주었다.


이번 요리대회 본선 참가팀은 총 10팀이었다. 나는 참가번호 1번으로 맨 앞쪽 조리대에서 요리를 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뒤쪽을 좋아하던 나인데 맨 앞에 나서 있으니 그 또한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긴장을 풀기 위해 여기 저기 사진을 찍었다. 신기한 이 공간에 내가 와 있다는 사실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준비해온 메뉴가 평소 집에서 어렵지 않게 만들던 요리인데도 낯선 환경과 시간의 압박속에서 내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듯했다. 나는 '토마토카레 파스타'와 '옥수수토마토전' 2가지 메뉴를 만들었는데 결과로만 말하자면 엉망진창 요리였다.


토마토카레 파스타는 정신없이 만들다보니 중요한 과정을 빼먹은 게 많았다. 파스타면을 삶을 때 소금간을 빼먹었고 너무 많은 양의 면을 삶아서 소스의 양 대비 싱거워져 버렸다.  그리고 토마토 소스를 만들면서 카레와 치즈로 간을 하고 감칠맛을 내려고 했는데 소스가 완성된 뒤에도 치즈가 포장이 뜯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간이 안 돼서 싱거운 파스타와 덩그러니 남은 치즈를 보는데 살짝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니터 안에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고 뭔가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결국 약간의 물에 치즈와 카레를 녹여서 완성된 토마토 파스타 위에 부었다. 면 사이로 녹은 치즈소스가 스며들어 간이 좀 될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어렵사리 완성된 파스타는 직접 맛도 보지 않은 채 내버렸다. 그렇게 생각과는 다른 레시피로 만들어진 파스파를 맛 본 토니오 셰프는 '간이 안 돼서 아쉽다'라고 했다.


사이드 메뉴로 준비한 옥수수토마토전의 경우에는 잘만 만들었다면 괜찮을 법한 메뉴였다. 특히 옥수수가 수확한 지 얼마 안 된 '수안보' 옥수수라 아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익힌 토마토의 흐물거리는 식감을 쫄깃한 옥수수로 보완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법한 메뉴였는데 평소 내가 쓰던 코팅 프라이팬이 아니라 그런지 굽는 도중에 바닥에 눌러붙여 버렸다.


결국 토니오 셰프의 도움을 받아 프라이팬 2개를 이용해 뒤집기에 성공했지만 이미 눌러 붙은 바닥면이 살짝 타버린 뒤였다.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마감 5분을 남기고 옥수수토마토전까지 내면서 내 2개 요리가 완성됐다.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님은 아쉽긴 하지만 내 옥수수토마토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좋게 평가해주셨다.


이렇게 좌충우돌 내 첫 요리 경연대회는 끝이났다. 1번 참가자라 심사위원분들이 내 요리를 가장 먼저 시식했는데 내 요리를 누군가 먹고 평가하는 자리가 어색해 몸둘바를 몰랐다. 게다가 다른 참가자들 중에는 '프로'급 요리를 보여준 사람들도 많았는데 너무 수준 이하의 요리를 낸 것에 민망하기도 했다. 


한번 해보고 나니 다음번 요리 대회에 나가게 되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야 할지 조금은 감이 잡혔다. 시간의 압박에서 이기려면 미리 준비한 요리의 레시피를 간단하게 순서대로 메모를 해오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주방용품은 귀찮아도 내가 쓰던 것을 가지고 가는게 좋겠다. 이 소중한 경험이 또 나에겐 하나의 재산으로 남았다.


나는 '야매 셰프'다


▲ 칼세트 대회 기념품으로 받은 칼세트, 처음으로 내 전용 칼이 생겼다 


대회에 나가기 전에 내가 하는 일도 홍보할 겸 앞치마와 티셔츠를 만들었다. 내 앞치마에 쓰인 문구를 보고 채소소믈리에 김은경님이 재미 있으셨는지 사진을 찍어가며 검색을 해보겠노라고 하셨다. 그리고 대회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토니오 셰프가 내 등판에 쓰인 닉네임을 부르며 말을 걸어 주셨다. 이 정도면 제작비는 뽑은 거다.


대회 참가하면서 여러가지 기념품을 받았는데 특히 마음에 드는 건 칼세트다. 이제 내 전용 칼까지 생겼다. 재미 삼아 하는 요리인데 점점 더 빠져들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메일함을 열어보니 레시피를 공유하는 사이트 회사의 대표에게 메일이 와 있었다. 내 블로그의 요리 포스팅을 보고 왔다며 그 사이트의 '셰프'가 되어 보라고 했다. 


요리 대회에 참가하고 집에 왔는데 또 다른 곳에서 나 더러 셰프가 되라니,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나에게 찾아온 '행운'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블로그에는 내가 직접 만든 요리를 올리는 게시판이 하나 있는데 그 게시판 이름이 '야매 셰프'다. 


요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이지만 요리를 내 나름대로의 상상력으로 막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언제 내가 '야매' 딱지를 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난 '야매' 그 자체로가 좋다. 내가 무엇이 되든 난 언제까지나 '야매 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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