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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ul 30. 2018

원치 않는 수많은 이별

[브런치 단독]대기업 사원의 직장일기(33)

오늘 오후에 내가 김해에 근무할 때 한팀에서 근무하던 동료 한명이 창원 사무실로 찾아왔다. 회의 일정이 잡힌건지 물어보니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날 예정이라서 마지막으로 본부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한다. 너무 놀라서 왠 발령이냐고 물으니 월요일부터 바로 강원도 춘천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고 한다. 오늘이 금요일인데.. 

 이 동료는 우리회사를 아주 오랫동안 다녀온 사람이다. 


내가 벌써 햇수로 8년차인데 나보다 훨씬 오래다닌 선배님이다. 예전에는 다른 지역으로 발령나는 일이 가뭄에 콩나듯 있던 시절이었는데 최근 몇년새 전국적으로 인력을 많이들 섞어댄다. 이 분 역시도 입사후 김해에서 쭉 근무하다가 4년전쯤 전라도 순천으로 발령이 났다. 순천에서 약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근무를 하고 있던 도중 와이프의 유방암 발병으로 인해 집으로 복귀 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어필해서 다시 겨우 김해로 복귀했었다. 


당시 복귀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김해로 복귀를 하게 되면 누군가는 또 순천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다고 아무나 보낼 수는 없고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의 리더분들끼리도 합의가 되어야 인사이동이 성사되게 된다. 그래서 한동안 이 분의 김해 복귀 문제를 두고 누가 순천으로 또 팔려가야하는가에 대한 이슈 때문에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순천 사무실에서 가장 높은 리더분께서 이 분을 '김해로 보내고 순천에 사람을 안받아도 좋다.'는 용단을 내리셔서 잘 마무리가 되었다. 이 리더분이 순천으로 가기전에 김해 사무실에서 리더를 했던 분이라 김해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정을 알아서 그렇게 용단을 내리셨던 것이다. 이런 리더.. 잘 없다. 


그렇게 겨우 김해 복귀해서 가족도 돌보면서 근무한지가 채 2년도 되지 않아서 다시 강원도 발령이라니! 진짜 회사도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사발령을 내기전에 본인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긴한다. 그게 진짜 선택의 기회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2015년 1월 30일 이별의 순간 재회를 기약하며..] 


 여튼 그렇게 다시 갑작스럽게 강원도 춘천으로 발령이 난 그 분께 딱히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게 따뜻한 커피 한잔 대접하는 것과 잠시동안의 대화가 전부였다. 시간적 여유라도 있으면 예전에 김해 사무실 동료들과 함께 소주라도 한잔 하고 보낼텐데 너무 갑작스러워 그러지도 못할 것 같다. 


 아침마다 나오는 사내방송 중 매주 목요일은 그룹뉴스가 아닌 우리회사 자체 뉴스가 나온다. 최근 연초라 각 조직별 신년 계획 및 소개 뉴스들이 돌아가면서 나오고 있는데 문득 오늘 아침에 충청도 지역 뉴스가 나오는데 거기에도 예전에 같은 사무실에 근무했던 분들이 계셨고 내가 그동안 겪었던 리더분들중에 몇 안되는 존경하는분도 충청도에 계시다는걸 다시 생각나게 했다. 지금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국 팔도에 어딜가도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만큼 전국 팔도로 많은 동료들이 팔려갔다. 또 그만큼 우리는 많은 이별을 했다. 


 가족들 먹여 살리기 위해, 돈 벌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등등 각기 다른 이유들로 여기 들어오게 되었고 함께 모여서 생활하고 일을 하면서 정도 쌓이고 미움도 쌓인 많은 사람들.. 그 안에서 우리는 원치 않는 수많은 이별을 하게 된다. 


 그래도 잠시동안의 아쉬움이 남아도 또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이게 우리의 운명이니까.. 이별이 있기에 다시 만날 때의 반가움도 있는거라고 우리 스스로의 위안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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