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김해는 나의 두번째 고향
어르신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전망대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촬영 날이 휴일이라 그런지 더운 날씨에도 수릉원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아무래도 코로나 시국이다보니 밀폐된 실내공간보다는 이렇게 탁 트인 공간으로 사람들이 나오는 듯 했다.
이번 촬영을 함께 도와주는 촬영 감독님 중 한분이 예전에 김해이주민의 집에서 잠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김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분들도 만나 얘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수릉원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이주민의 집 선생님과 봉사활동 하는 청소년들이 있었다.
즐거워 보이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보여주며 유튜브 방송 인터뷰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역시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날씨가 더워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 자리를 폈다.
큰당신 : 친구들~ 이쪽 친구부터 여기 카메라보고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이철수 : 이철수라고, 김해에서 살고 있습니다.
김동영 : 저는 김동영입니다. 나이는 11살이구요. 주소는 삼방동입니다.
큰당신 : 오~ 삼촌이랑 같은 동네 사네요. 이철수친구. 김동영친구.
언저나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언저나에요. 언 저 나.
큰당신 : 언저나 선생님~
언저나 : 저는 김해에서 15년 살았습니다. 토요일날마다 우리 다문화 애들 데리고 와서 공원에서 같이 놀고 있습니다.
작은당신 : 토요일마다 같이 나오셔 가지고 같이 놀고 하시나 보네요.
큰당신 : 다문화센터 그러면 다니는 건가요?
언저나 : 이주민의 집에서,
큰당신 : 이주민의 집에서? 그럼 주로 어떤 봉사활동을 하세요?
언저나 : 김해여고에서 학생들 같이 봉사활동 해줘요.
큰당신 : 어떤 활동들을 합니까?
언저나 : 게임이나 놀이...
큰당신 : 친구들이랑 같이 놀아주는 요런 봉사활동 하는구나. 누나들하고 뭐하고 노는게 제일 재밌어요?
김동영 : 몰라요.
이철수 : 저도 몰라요.
큰당신 : 별로 재밌는게 없어요?
작은당신 : 재미없다는데 어떡해?
이철수 : 재밌는거 있어요.
큰당신 : 뭐가 재밌어요?
이철수 : 다 재밌어요.
큰당신 : 다 재밌어요? 이야 사회생활 잘하네. 이 친구
언저나 : 물놀이할 때?
이철수 : 네 다 재밌어요.
큰당신 : 다 재밌어요? 이 친구 나중에 회사 취직하면 부장님 되겠어요. 선생님은 김해에서 15년 사셨다고 그랬는데, 김해에는 어떻게 오시게 되셨어요?
언저나 : 저는 결혼하러 왔어요.
작은당신 : 결혼하면서?
언저나 : 같은 나라(사람)한테 결혼하고 와서 계속 여기서 살았어요.
큰당신 : 결혼해서 같이 한국에 오셨어요?
언저나 : 같이 말고 남편은 원래부터 여기 있었어요.
작은당신 : 남편분이 네팔에서 먼저 넘어 오셨는데, 결혼하면서 같이 오신거네요.
언저나 :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큰당신 : 남편분이 여기서 먼저 일을 하고 계셨고, 김해 어떻게 살아보니까 어떤 것 같아요?
언저나 : 고향같아요.
큰당신 : 고향같아요?
언저나 : 네. 네팔같아요.
큰당신 : 어떤 점이 좀 고향같아요?
언저나 : 한 자리에서 오래살고 아는 사람도 많이 있고 동네 사람들이 많이 있고,
큰당신 : 네팔에 살 때 랑 김해랑 살 때랑 비교를 해보면?
언저나 : 문화가 조금 달라요. 음식도 다르고. 말도 완전 달라요.
큰당신 : 여기 와서 문화가 달라서 제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하나만 얘기하면 뭐가 있을까요?
작은당신 : 한국사람들 이해 안갈때가?
언저나 : 처음에 어느나라 사람이에요? 이렇게 물어볼 때면, 네팔 사람이에요. 이렇게 하면 네팔도 있어요? 이렇게 물어봤어요. 근데 요즘에는 네팔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요.
큰당신 :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언저나 : 네
큰당신 : 지금은 네팔이라고 하면 대부분 알죠?
언저나 : 대부분.
큰당신 : 나에게 김해라는 도시는 고향같은 곳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김해가 가잫 좋은 점 하나만 꼽자면 뭐가 제일 좋습니까?
언저나 : 사람들 너무 친절하게 살고 있어요.
작은당신 : 사람들이 친절하다.
큰당신 : 우리 친구들은 김해에서 태어나서 계속 살고 있는거에요?
이철수 : 예~
작은당신 : 이 친구는 아닌 것 같은데...
김동영 : 저는 아니에요.
큰당신 : 그러면?
작은당신 : 어디에서?
김동영 : 옛날에는 1살 때 베트남에서 살았어요.
작은당신 : 1살 때 베트남에서 살다가...
큰당신 : 1살 때 베트남에서 살았던게 기억이 나요?
김동영 : 네.
작은당신 : 기억이 나요? 오호 대단한 친구인데!
큰당신 : 베트남에서 뭐 했던게 제일 기억이 많이 남아요? 1살 때?
김동영 : 음...
언저나 : 기억 안나요. 어떻게 (기억이) 나요.
큰당신 : 친구들은 김해가 좋은 점 하나만 얘기하면 뭐가 제일 좋아요?
이철수 : 김해 사는게 제일 다 좋아요.
큰당신 : 김해 사는게 제일 좋아요?
작은당신 : 사는거 자체가 좋다? 항상 행복한 친구네요.
큰당신 : 긍정적인 친구네. 사회생활 엄청 잘할거 같아요.
큰당신 : 우리 친구는 김해 하나만 제일 좋은거 뽑자면 뭐가 제일 좋아요?
김동영 : 노는거요.
큰당신 : 노는거?
이철수 : 저는 다 좋아요.
큰당신 : 뭐 하고 노는게 제일 좋아요?
김동영 : 핸드폰이랑 놀이터!
큰당신 : 놀이터? 놀이터가 많아서 좋아요?
이철수 : 저는 핸드폰이랑 TV보는게 좋아요.
큰당신 : 핸드폰은 베트남에서도 할 수 있잖아요? 김해에 살아서만 핸드폰 하는건 아니잖아요.
큰당신 :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들 일상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이주민 친구들도 그렇고, 김해에 사시면서 코로나로 인해 지금 달라지고 불편한 것 뭐 있어요?
이철수 : 마스크!
언저나 : 아이들 데리고 다니기 불편하고 걱정이 되요.
큰당신 : 많이 돌아다니고 해야 하는데 갈 데가 없어서 그게 가장 힘들다. 친구들 많이 모이지 못하겠네요? 안모이면 집에서만 지내요?
언저나 : 안모이면 집에 있고 심심해서 전화와요. 선생님 언제 데리고 와요~ 어디가요~ 다음주 안가면 물어봐요.
큰당신 : 안오면 심심해요? 집에만 있으면?
김동영 : 네.
큰당신 : 코로나 때문에 이제 모이지도 못하고, 모든 생활이 달라졌네요.
역시 아이들의 집중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아이들을 다래가며 몇마디 의미 있는 말들을 이끌어 내보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한다. 그런 아이들인데 김해가 아주 좋다고 했다. 아무래도 김해는 동남아시아쪽 외국인분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보니 비슷한 다문화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은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냥 모든게 다, 가족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자라는 이 시간이 다 좋은듯 했다.
김해여고 청소년들이 이주민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한다. 주말이면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게임하고 놀이도 하며 놀아준다. 그렇게 누나들과 자연스럽게 놀고 어울리며 아이들은 사회성이 길러진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냥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해, 특히나 원도심 일대에는 서울의 이태원만큼이나 외국인들이 많다. 얼핏보면 마치 내가 동남아에 여행을 와있는듯한 착각이 들정도다. 그만큼 현지 음식들과 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도 있다. 우리 김해의 자랑이라면 자랑이다. 요즘 코로나 시국으로 해외여행을 못가서 아쉽다면 김해 원도심으로 오면 되겠다. 동상시장 주변에 오면 내가 무슨말을 하는건지 더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될 것이다.
(본편은 아래 동영상으로 시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