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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심 Jun 20. 2024

운전 필수 지역에서 차 뺏기기

내 출퇴근은

회사에서 마주친 대표님께서 물으셨다.

'출퇴근 운전은 어때요?'

왕초보 신입 직원 소식이 대표님께도 전해졌나 보다.

'차만 괜찮으면 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미 우려하던 일이었다. 회사는 집에서 24km 거리로 운전하면 삼십 분 내외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버스 네 대를 환승하고 두 시간 삼십 분이 소요된다. 지하철과 버스가 워낙 익숙한 내게는 두 시간 삼십 분이라는 결과가 계속 귀여워서 혹시 타게 될지도 모를 그 버스들의 운행 시간표를 검색했다. 어렵게 알아낸 결과, 네 대 중 두 대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운행된다. 더욱 흥미진진해져서 머릿속 모의 출근을 해보니 오전 일곱 시에 집을 나서서 제시간에 오는 버스를 탄다는 전제로 나는 오전 열한 시쯤 회사에 도착한다. 오전 반차만 제출하면 아무튼 출근할 수 있으니 이 네 시간 경로는 최후의 방책으로 남겨 뒀다. 사실 진정한 최후는 남편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나를 출퇴근시키는 방법이다. 생각만 해도 과정이 복작거릴 테니 이 카드는 웬만하면 넣어두기를 바랐다.

며칠 지나지 않아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접촉 사고가 나면서 차 뒤쪽 부품을 전체 다 교체할 일이 생겼고, 수리 센터에서는 차를 최소 평일 이틀은 맡겨야 한다고 했다. 운전이 서툰 주인이라 미안하고 아무리 그래도 차 사라지는 상상 좀 했다고 정말 사라지려 하다니 하지만 언젠가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면서 지하로 파고들던 생각을 밝은 곳으로 빠르게 끌어냈다. 통장 잔고가 사라지는 일보다 차 없이 어떻게 출퇴근할지가 더 시급한 해결과제였다. 수리 센터에서 다른 차량을 무상 대여해 주겠다고 했지만, 산업단지 회사에 초면인 차를 끌고 가기에는 초보로서 마음이 무거웠고 무엇보다 오가는 길에 돌이 튀어서 괜찮다고 했다. 이윽고 격렬한 가족회의가 열렸다.


미안했다가 듣다 보니 서운했다가 열이 받았다가 여러 감정을 거친 후에 결국 진정한 최후의 방책을 사용하기로 했다. 차가 수리되는 동안 남편은 다섯 시 반에 일어나 오전 여섯 시에 나와 함께 내 회사로 출발해서 여섯 시 반쯤 내려준 다음 일곱 시 이십 분까지 남편 회사로 출근한다. 퇴근 후에는 오십 분 운전해서 나를 태우러 왔다가 함께 퇴근하는 여정이다. 남편이 이 과정을 이틀이나 하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서 다음 안건은 '차를 언제 맡길 것인가'로 이어갔다. 운 좋게도 내가 연차 휴가를 제출하면 샌드위치 휴일을 보낼 수 있는 때가 일주일 후에 바로 보였다. 수리를 받을 수만 있다면 지금 후방 카메라 각도가 약 45도 틀어진 일은 문제도 아니다. 괜찮은 척하면서 수리 센터에 가는 날까지 사고 난 차 상태 그대로 다니기로 했다. 기분 탓인지 출퇴근길에 내 차의 뒤태를 보면서 달리던 차들은 몇 초 후면 다른 차선으로 이동해 있었다. 회사에는 누가 봐도 찌그러진 초보운전 차량이 있다고, 차주는 신입이라고 시원하게 소문이 났다. 이번 경험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으면서도 후방 카메라 없이 후진 주차를 한 주 동안이나 해서 그런지 주차 실력이 는 것 같기도 하다. 분주한 서울 일상 속에서 내게는 편안한 둥지였던 지하철과 파란 버스가 새삼 그립다.


더하는 글)

사고의 원인은 전 주인에 길들여진 중고차 제어장치에게 칠할, 자동차가 익숙지 않은 내게 삼할 정도 있다. 의심 많은 사람은 들어도 안 믿고 나만 황당해서 여전히 웃음 나오게 하는 이 이야기는 나중에 어떻게든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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