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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로운 운동 선생님

쉼도 재활도 운동이다

by 다독임

아침저녁으로 1일 2운동을 한 지 반년이 되어 간다. 막연히 건강하게 살을 빼고자 시작했던 운동은 체중계의 숫자가 줄면 줄수록 내 정신을 강력하게 지배했는데, 그것은 운동을 단 하루도 쉬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니, 하루도 쉬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 더 맞겠다. 부끄럽게도 사십 넘어서도 도무지 아침잠을 쉬이 떨치지 못하는 내게 아침 운동은 "나도 자발적 기상이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경험케 했기 때문이었다. 이 놀라움은 자신감과 성취감 상승으로 이어졌는데 이것은 마치 중독과 같아서 자꾸만 몸을 일으키게 했고 나가서 걷든, 뛰든, 자전거를 굴리든 뭔가 하게 만들었다. 저녁마다 매일 줌바댄스를 한지도 어언 1년이 됐다.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숨 가쁘게 운동하며 건강해진 기분을 만끽하던 나의 삶에 최근 이상한 감각과 소리가 찾아왔다.


쩌릿쩌릿 시큰시큰 덜거덕덜거덕.

증상의 근원지는 사타구니와 고관절이었다. 근육이 꼬이고 엉킨 것 같더니 어느 날은 멀쩡히 길을 가다 "악" 소리가 날 만큼 허벅지 안쪽이 날카롭게 시큰했다. 허리의 뻣뻣한 느낌도 처음 겪는 감각. 일어서거나 걸을 때는 골반에서 방귀 소리를 방불케 하는 뼛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직은 젊고 건강할 것 같았던 나의 교만함이 무너진 며칠간, 우등생에서 열등생이 된 듯 나 홀로 열패감을 맛봤다. 고작 이 정도 운동에 몸이 망가지다니. 재미있는 놀이 기구를 타려고 한껏 기대 중인데 다짜고짜 기구에서 내리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속상하고 실망스러웠다.


정형외과를 다니며 잠정적으로 운동을 쉬어야 했다. 아침저녁 잠자코 앉아 숨만 쉬는 게 근 몇 달 만이었는지. 며칠 지나니 몸이 근질근질 대면서 새로운 운동 선생님을 찾아 나섰다. 매일 만나던 유명 운동 인플루언서나 줌바 선생님이 아닌, 유튜브에서 '고관절, 사타구니 통증' 키워드로 찾아낸 물리치료사 선생님들을. 그들의 영상은 화려한 영상미나 신나는 음악, 들썩이는 역동성이나 말솜씨는 없이 다소 밋밋했지만 웬걸, 일타강사 뺨치는 가르침이 숨어 있었다.


처음 느끼는 불편한 통증들을 족집게처럼 잡아내고 행동 수칙을 알려주는 이들이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척추기립근을 타고 사타구니로 내려온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허리 근육을 강화시켜야 한다니, 고관절을 이렇게 풀고 단련시켜야 한다니, 여러 날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이리 뻗고 저리 뻗었던 나의 무지몽매했던 순간들에 아차 싶었다. 당분간 운동은 쉬면서 자세를 바르게 하고 살라는, 일반의 해결책과 물리적 치료 처방만 내리고 마는 무심한 의사 선생님에게 실망을 느낀 터라 새로운 운동 선생님들에게 더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홈트 선생님과 줌바댄스 선생님들과 잠시 이별을 고하고, 물리치료사 선생님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다. 일단 눈바디로 보는 외관이 아닌 몸 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봤다. 오랫동안 다리 꼬는 습관으로 틀어진 골반과 구부정한 자세를 바르게 하려 애썼다. 약한 허리를 보호하고 곧추 세울 수 있도록 허리 보호대를 구입했다. 매트 위에 차분히 앉아서 쉽지만 중요한, 지금 내 몸에 필요한 자세를 찾으려 노력했다. 보라색 폼롤러를 죽부인 삼아 끌어안고 등, 엉덩이, 다리 곳곳 이리 문지르고 저리 문질렀다.


그래도 병원 치료 덕인지, 유튜브 스트레칭과 재활운동 효과인지, 여차저차 서서히 나아가는 중이다. 일단 급한 통증이 사그라들어 지난주에 잠정적으로 치료는 마무리되었다. 완치의 확신은 없었지만 앞으로 조심하면 괜찮지 않을까 나아지지 않을까 의사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아아, "이제는 점점 안 좋아질 나이"라고 못 박는 슬픈 위로만이 돌아왔다. 나의 먼 미래를 예언하는 그의 말은 신체 나이와 오랜 임상에 기반한 팩트일 것이다. 씁쓸한 예언인지 악담인지 모를 그 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 다시 불편하시면 언제든지 내원하라는 한마디 당부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내 몸에 맞는 운동의 느낌을 새로이 정의해야 할 것만 같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숨이 끝까지 차오르고,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근육이 뻐근해지면서 지방 연소가 일어나는 느낌이 들어야 진짜 운동이라 생각했거늘.


요즘 나의 아침 운동은 느슨해졌다. 숨차 오르는 심박 수보다는 차분한 호흡을 이어간다. 지방이 이글이글 타는듯한 느낌보다 근육이 이완되는 시원한 느낌을 즐기려 한다. 힘차게 페달을 밟거나 뛰어대는 동작보다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근육 수축과 이완에 집중하려 한다.

그래도 밤이면 밤마다, 줌바댄스 수업을 시작하면 들썩이는 몸과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걸까. 서서히 나아지던 다리 통증이 가끔 경고를 보내온다. 적당히 뛰라고, 욕심내지 말고 살살하라고.


글을 쓰다가 문득, 며칠 전 브런치스토리의 알림이 생각났다. 글쓰기도 운동이라 했으니, 몸의 근육뿐만 아니라 '쓰는 근육'을 늘리기 위해 별일 없는 일상의 심심한 글이라도 어쨌거나 계속 써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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