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2(D+96)__마다가스카르/안타나나리보
여행을 시작하고 총 7개의 나라를 지나 아시아를 건너왔다. 때로는 버스나 배로 국경을 넘었고 여의치 않을 때는 비행기를 이용했지만 2시간 이상 하늘 길을 이용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륙이 바뀌다 보니 이동 시간이 길어졌다. 인도에서 마다가스카르로 가는 직항마저 마땅치 않아 에티오피아를 경유해야 했는데 우선 뭄바이에서 아디스아바바까지 5시간, 다시 마다가스카르의 안타나나리보까지 5시간을 하늘에 떠 있어야 했다. 그래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19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다행히 항공사 측에서 호텔을 제공해 준 덕분에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인도의 마지막 선물, 사기당한 6만 원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아디스아바바의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아프리카라는 곳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환상인지 모르겠지만 그간 거쳐온 나라들의 하늘과는 완전히 달랐다. 특히 인도의 희뿌연 그것과는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경유 비자인 데다가 현금도 없고, 데이터 로밍도 하지 않아 호텔 밖을 나설 수는 없었지만 잠시 흘러간 푸른 하늘 만으로도 경유지의 기억은 아름다웠다.
오늘 아침 호텔을 나와 다시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향했다. 어제 에티오피아까지 타고 왔던 비행기에는 그래도 한동안 익숙했던 인도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오늘은 거의 사라지고 비행기는 대부분은 아프리카 승객들로 채워져 있었다. 생김새도 생소한 데다가 말할 때 흘러나오는 굵직한 목소리는 우리가 전혀 다른 세계로 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늘 그랬듯 그들 역시 처음 보는 이방인을 적대시하지는 않았다. 서로 익숙지 않은 언어로 이어진 짧은 대화들에서는 우리를 신기해하는 분위기와 특별한 이유 없는 호의가 동시에 느껴졌다. 다시 시작된 5시간의 비행은 고되지 않았다. 아들은 오랜만에 먹게 된 소고기를 기내식으로 즐기며 행복해했다. 오후 2시쯤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했고 짐을 찾아 나가자 숙소에서 픽업 나온 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3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숙소에서 메신저로만 연락하던 한인 사장님을 뵐 수 있었다. 마다가스카르에 한국 분이 운영하는 숙소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지금 내가 그곳에서 사장님을 만나고 있다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짐을 풀고 한숨 돌린 후에 가진 저녁 식사 시간에는 마다가스카르 여행 계획에 대해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다. 사장님도 같은 나라 여행자가 반가우셨는지 맥주 한 잔 하시며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셨다. 우리가 묵은 숙소에는 사장님 조카가 유학을 위해 거주 중이었다. 마침 아들과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이곳에 묵는 동안 잘 지내라며 서로 소개해 주었다. 오늘은 처음이라 서먹해 보였지만 그 나이대 아이들이 그렇듯 아마도 금방 친해질 터였다. 오늘, 내일 그리고 며칠을 더 이곳에 머물지 모르겠지만 아들은 오랜만에 대화가 통하는 또래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아프리카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제 하루 되었고 그 마저도 숙소에 도착한 게 전부니 아직 아프리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시작은 나쁘지 않다. 경유지에서 생각지 않게 받은 호텔도, 친절한 숙소 사장님도, 그리고 우연히 생긴 아들의 친구도 모두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내일은 안타나나리보를 둘러보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시작한다. 이동 거리가 대단하지 않음에도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 못해 이동 시간은 길면 하루, 짧아도 10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지금까지는 아름다운 하늘을 본 것이 전부지만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면 보고 싶지 않은 것들도 의도치 않게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물도 귀하고 데이터 통신도 원활치 않아 보인다. 해결해 나가야 할 난제들이 많지만 지금까지 늘 그랬듯 한 고비씩 넘어가다 보면 아프리카 여행도 잘 마무리될 것이라 믿는다. 큰 숨 한 번 들이마시고 다시 걸어 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