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습관

by 그린

생각이 많다. 어릴 적부터 생각이 많았다. 타고난 정서적 특징인지 유전적 기질인지 환경적 영향인지 어느 것 딱 한 개일 수는 없겠지만 모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 가지 인상적 일이 일어나면 깊이 길게 만지고 더듬고 다듬으면서 생각해 보는 습관이 있다. 지나 보니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그에 따라 일어나는 모든 감정들도 나를 소모되게 만드니까. 웃는 것도 우는 것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냥 한번 지나가면 될 일이 나에게는

생각나고 또 떠오르고 , 왜 그렇게 됐을까 곱씹어보고

다시 슬프거나 기쁘거나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거나를 반복한다. 친구에게 이 습관을 말했더니

"너 참 ~~~ 피곤하게 산다'

그러더라만은 그 말이 맞다. 나 참 피곤하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이 나에게 보이고 만져지는 일들이

너무나 기뻐서 슬퍼서 힘들어서 답답해서 많은 것들이 느껴져서 피곤하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또리를 물고 일어나면 그 생각에 갇혀서 힘들어지고 , 이런 과정들이 내게 이롭지 않은 일이므로 다른 자극을 찾는다. 다른 생각과 문제를 보통은 내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가벼운 것들로 예쁜 카페를 가서 커피를 마신다든지 , 영화를 본다든지 , 새로운 예뻐 보이는 물건을 산다던지 , 반복되는 상념에 괴로워지면 다른 자극으로 덮을 때 가장 빠르게 그것들이 내 안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살면서 무엇인가 자꾸 늘어나는 느낌이다.

괴롭거나 힘들거나 덮어버리려고 기쁜 일들도 더 기억하려고

무엇인가를 사고 만든다. 키링도 사고, 사진도 찍어두고

증명서도 만들어 둔다. 그때그때 눈에 띄는 예쁜 것들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들도 모았다.

그랬더니 내 머릿속 생각만큼이나 물건들이 많이 쌓였다.

많은 물건이 문제가 아니라 물건이 많으니 정리가 힘들고

정리가 잘 안 되니 제 때 쓰기가 힘들어진다.

다 가지고 있었는 데 기억이 나지 않아서 늘 뭔가 모자란

이상한 결핍이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효율적으로 쓸려고 신경을 더 물건 간수하는데 쓰고 이건 더 나를 피곤하게 만들고

이제는 이 많은 물건들이 나를 위로하는지 , 날 어지럽히는지 헷갈린다.

내 복잡한 심정이 물건들을 끌고 온 건지

쌓여 있는 물건들이 내 복잡한 상념들을 끌고 나온 건지

나도 모르겠다.

내가 다람쥐라면 모으는 물건이 도토리이기만 하다면

온 산을 모두 참나무로 덮어버리는 훌륭한 일을 했겠지만

불행히도 난 다람쥐가 아니라서 우리 집 내 서랍과 베란다는

그냥 물건의 숲이 되었다. 이건 스스로 썩어서 발아할 물건들이 아닌데 어쩌나

이제는 덜어내야겠다. 좀 버리기도 하고 아무리 지난 시간들이 묻어있다고 해도 버리고 그 물건들을 버리면서

내 생각들도 버려야겠다.

작은 내 공간에서 썩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어쩌지도 못한 채 어쩡쩡히 얹어져서 있는 그 애들부터 나누고 버리고 없애야겠다. 좋은 물건이 기념하는 물건이 그 시간은 아니니까

가볍게 살아보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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