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생존기

살려는 드릴게

by 그린


날이 꽤 더웠다.

하도 다들 간다길 래 , 사실 나도 해보고 싶어서

덜렁 따라나선 캠핑길, 난 초보에다 장비도 없어서 , 물놀이 수준에서 즐기고 돌아오기로 했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나섰다.

세상 어느 구석에는 나 같은 누군가 있으리라

뭣도 모르고 뭣도 없이 그냥 따라나서는 이들은

개고생 할 각오는 하고 시작하시라.


얼마 전부터 산행을 다니기 시작해서 , 체력은 되는 줄 알았다.

산에 다닌 경험은 있으니 자연에는 친숙해져 있겠지 스스로 자신감도 있었다.

캠핑이야 걷는 것도 아니고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별일 있겠어 싶었다


별일 아주 많았다.

우선 모든 음식은 지니고 가라고 했다. 본인이 마실 물까지 각자 나누어서 싸가지고 가는 길,

나는 고기, 식용유, 냉동새우, 과일 등등을 메고 계곡길로 걸어 올라갔다.

뭐 여기 까지는 새로 산 계곡 트레킹 신발도 있고 , 시원하게 발을 계곡물에 넣고 즐거운 길이었다.

"와 시원하다, 이래서들 오는 거군 "

땀은 흐르지만 발이 물에 담가져 있으니 색다르고 상쾌한 기분이다.


드디어 캠핑장 도착

짐을 내리고 다들 바빠진다 텐트 치고 , 그늘막도 펼치고 테이블 만들고 의자 펴고

가져온 물건 꺼내놓고 일단은 간단 아침식사 시작

그런데 뭐 간단할 것이 없다. 가져온 걸 다 꺼내서 한상 만든다.

삼겹살 굽고 , 코펠에 밥하고 , 반찬 차리고

어리둥절 아침 5첩 반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계곡으로 가서 발 담그고 놀다가 다시 돌아와서 과일 한쪽 먹고

술 한잔들 하시고 다시 계곡

먹고 쉬고 먹고 쉬고 먹고 쉬고

무한 반복, 아 그런데 먹고 쉬는데 왜 이렇게 졸리고 힘들지

가벼운 등산 쪽의자를 가져간 초보자인 난 점점 지쳐가기 시작한다.

같이 온 일행의자에도 앉아보고 따뜻한 돌바닥에도 앉아보고 그래도 뭔가 편하지가 않는다.

꾸벅꾸벅 졸던 날 보다 못해 , 일행이 백팩킹용 텐트에 들어가서 자란다.

들어갔지만 몸은 젖어있고, 에어매트 깔아놓은 누군가의 귀한 잠자리 적실수 없어서

텐트 바닥에 눕는다, 아 피곤해 눕자, 하지만 오분도 안되어서 눈이 번쩍 떠진다.

바닥의 냉기란 것이 이런 것이군 , 바깥온도는 38도 더위지만 젖은 몸으로 텐트 바닥에 몸을 붙이는 건

살벌한 차가움, 몸이 굳어 버릴 것 같은 냉기가 느껴진다.

십 분도 못 버티고 텐트 밖으로 나와 버린다. 이러고 자면 몸이 응급실 갈 거 같다.

햐 이제는 볕은 뜨겁고 , 갈 데는 없고

점점 말이 없어지고 , 눈은 감기고 , 그러다 또 누군가 먹을 것을 주면 먹다가 얘기하다.

등받이 캠핑의자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메뚜기처럼 이의자 저의자 돌아다니면서 쉬는 건지 버티는 건지 모를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집에 가고 싶다.

그 와중에 등받이 캠핑의자와 텐트는 마치 천국의 의자와 호텔처럼 보인다.

아 저것이 내 것이었다면 , 그냥 젖거나 말거나 쉴 텐데

다시 과자 먹고 커피 마시고, 먹고, 먹고 놀고 쉬고 정신은 어디로 다 가버리고 , 표정은 굳어지고 눈은 감기고 있었다. 저녁때까지 살아있으려나 , 구급차는 들어오겠지, 별 생각이 다 든다.


"여기까지 왔는데 저녁 먹고 가"

이것은 호의 인가 악의인가 , 피곤하다 소리 지르고 혼자 나갈 순 없으니 ,

" 네,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 , 얼른 먹고 갈게요."

약속은 없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이 있을 뿐, 그것도 시간이 빨랐으면 어서 나가는 건데 아쉽다.

다들 가지고 있는 비장의 요리 비법으로 요리를 해주신다.

이쯤이면 내가 먹는 건지 요리에 먹히는 건지, 입으로는 맛있다 맛있다 연신 애기 하지만

엉덩이 골반뼈는 뻐근하다 , 허리까지 저릿해 온다.

그 와중에 캠핑이 대세 이긴 대세인가 보다, 사람도 많고 왜 이렇게 벗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은 지

남자분들이 더 많이 벗고 다니셔서 깜짝 놀랐다. 다들 몸매에 신경 엄청 쓰는구나.

다들 식스팩 스티커라도 산 건가? 너무 흔하다 그 식빵 근육

그리고 강아지도 많아지고 , 주인들이 계곡물에 강아지 물놀이 시켜서

나도 같이 물놀이했지만. 너구리나 도마뱀 안 데려온 게 어디냐 싶다.


간신히 그 모든 식사와 주정부리들을 소화하고 나오면서 일행에게 얘기했다.

노는 거 참 힘들다.

어디 가서 막일 뛰고 온 기분이다, 그것도 돈 내면서

다시는 이런 캠핑을 또 하러 올까 싶다.

집에 와서는 완전히 지쳐서

더위를 단단히 먹어 병원 가서 약도 먹도 링거도 맞고 탈이 단단히 났었다.


그런데 좀 괜찮아지니

또 은근 생각이 난다. 슬쩍 검색해 본다.

"그 등받이 의자가 얼마였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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