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반찬을 만들 때가 있다.
식구들이 집에서 밥 먹을 일이 많을 때면 신경을 써서 음식을 만든다.
오늘은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 만들다 보니 양이 모자란 것 같아서 목살을 에어후라이기에 돌린다.
다 익어 갈 때쯤 이것도 뭔가 소스를 더 넣어야지 싶어서 , 코스트코에서 용량대비 무지 싸게 구입한
대용량 크러쉬드 페퍼를 꺼낸다. 서양 고춧가루인데 약간 굵게 갈려 보기도 먹기도 좋다.
양념을 뿌리려는 순간, 아 늘 하던 실수, 손에서 통이 살짝 미끄러져 가루를 바닥에 조금 흘린다.
늘 그렇지만 이제는 아무도 없는 나 혼자 있는 부엌인데도 , 누군가 한마디 하는 듯한 환청이 들린다.
"칠칠치 못하게 ..............................................................."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말인데 지금도 내 귓속에 아른 거린다 , 그런 비슷한 실수를 할 적에는
아마 내가 90 노인이 되어서도 그 소리는 귓가에 늘 울릴 것 같다.
이 증상은 다음번에 심도 있게 잔소리 증후군에 대해 애기해 볼 계획이고
고기에 페퍼를 뿌리고 , 얼른 휴지로 바닥에 떨어진 페퍼를 닦으려는 순간
악 ~~~~~~~~~~~~~~~~
조그만 벌레들이 대용량 크러쉬드 페퍼에 살고 있었다.
페퍼가루 옆으로 대재난 사태가 난 듯 열심히 도망가는 먼지보다 작은 검은 점들
물을 뿌린 휴지로 이들을 익살시킨 뒤, 주변을 닦고, 음식은 송두리째 버리고
위생, 방역 활동을 펼친다. 이 바쁜 아침에 네가 등장할 타임이야? 안 그래도 바쁜데
자주 먹지 않았더니 언제 들어갔는지, 지난번 먹을 때는 음식에 바로 뿌려 먹었는데
그때도 있었는지, 의심 가는 다른 대용량 통들도 바로 검역에 들어간다
다행이다 , 다른 통은 벌레가 없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이란 참, 벌레가 없어서 안심인 동시에 내가 모르는 이 미묘한 양념들의
세상에 의구심이 든다. 이건 방충제 살짝 들어간 거 아닌가?
가끔 이런 여름날이면 식탁 위에 두고 구입한 지 며칠 지나면 조금씩 곰팡이 슬고 썩어가는
빵들을 보면서 역시 무첨가 유기농이군 안심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그 바로 옆에 산지 2주가 지나도 3주가 지나도 전혀 변하지 않는 p사의
롤케이크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빨리 상하는 그 집 빵을 더 많이 선호하고 사게 된다.
매주 음식을 사고 선택을 하지만 , 잘 상하는 식품은 확률적으로 첨가제가 덜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런 여름이면 잘 상하는 애들이 더 신선하고 순수한 식품들로 보인다.
진작에 잘 챙겨서 먹어버리고 , 냉장고에 넣어둘걸 게으른 내 태도도 탓하면서
내가 아무리 게을러도 변하지 않는 음식은 가까이하지 않으리라 다짐도 하면서
재료를 사고 음식을 만든다.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움은 그것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언젠가는 금방 사라질 것이기에
그 귀함을 아는 것이고 절대 사라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란 건 절대 썩지 않은 롤케이크 같아서
시간이 흐르면 질려버리고 만다. 방부제 미모 좋기만 한 말일까?
사랑도 마찬가지 지금은 더없이 기쁘고 좋기만 한 감정이지만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음 썩지 않은 그 어떤 것처럼 질려버리게 된다.
사랑이 음식이라면 그것이 있는 장소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발효되는 것이 더 좋은 상태가 아닐까?
관리를 잘 못해서 아침부터 페퍼와 잘 살고 있던 그 벌레들에게 엑소더스 같은 상황 연출 한 것이 미안하면서
썩거나 변질되는 것이 어떤 때는 그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생각을 해본다.
너무 썩지 않으려 하고 너무 변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자연이 아니다.
좋은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