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원 숙제 하는 곳

해도 해도 끝이 없는 학원 숙제를 해야할 때

by 대치동 비둘기

<숙제 ATM> 이라는 이야기로

대치동 학원은 숙제가 정말 많다는 것을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정말이지 학원의 명성에 맞게 책정되었을 숙제가

많아도 정말 많다.



대치동 도로

심지어 7세 고시를 치르기 전인

유아기부터 시작해

(이 때 이미 하루 2시간 이상 소요됨)

매일 미룰 수 조차 없을만큼의 양을 자랑하는 과제를

받아오고 해나가야 한다.



학원이 잘 가르쳐서 실력이 느는 것인가
숙제를 열심히 해서 실력이 느는 것인가




굳이 비유를 하자면

다이어트를 위해

비싼 한약을 먹으며

한의원에서 권하는 식이요법을 모두 지켜

(왜냐하면 한약이 너무 비싸기 때문)

노력하여 성공한 다이어트를

한의원의 비싼 한약 덕분인지

칼같이 지킨 식이요법 덕분인지

뭐라고 말하기 힘든 입장이라고나 할까.




양재천 산책로의 밤

진짜로 주 2회 매일 2~3시간의 수업을 듣고 나서

ATM 기계에서 뽑아온 듯한

그에 상응하는

복습 과제와 예습 과제를 해가야한다.

이걸 주기적으로 푸는 것 자체 만으로도

엄청난 실력이 향상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대치동 학원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숙제를 그만큼 '해낼 수 있다'와 같은 뜻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정말이지

일타 강사도 일타강사지만

엄마들(또는 숙제 과외 선생님)이 진짜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도대체 요즘은 몇 년을 숙제를 봐주고

함께 달리는 것인가.



요즘 학생들은

숙제 하느라 잠을 못 자서

성장 주사를 맞는다는 슬픈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괴담처럼 퍼지는 이 이야기는

그리 근거없는 것만도 아닌 것이

주말까지 빼곡히 들어찬 아이들의 학원 스케쥴만으로도

유추할 수 있는 숙제의 양이

저녁 9시 전에 끝나기는 불가능해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로 어제 너무 늦게 잤는지

따스한 햇살 가득한 날이면,

눈이 스스륵 감기다 못해 고개가 옆으로 자꾸만

넘어가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도곡동 주변

옛날 이야기를 하나 꺼내자면

내가 고등학교 때,

학교만 오면 잠만 자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학교 일과가 마치면 거의 새벽녘까지

과외를 하고 수능 공부를 하느라고

학교에서는 잠을 보충한다고 했었다.



결과적으로 그친구는 의대에 진학했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꽤나 좋은 전략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눈을 떠있는 시간에는

수업을 들은 것은 본 적이 없고

계속 숙제와 자기 문제집 푸느라고

바빴던 기억이 난다.



전교 상위권이었던 그 친구를

학교에서는 터치하지 않는 편이었고,

내가 본 것은 선택 수업에서였기 때문에

자율성이 높은 과목이어서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고

선생님들이 건드리지 않던 고 3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그 광경이 초등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수업 중, 잠깐의 공백이 생기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배우거나

수업 내용을 마무리한 뒤에는

어김없이 책상에 올라오는

엄청난 그래프가 그려진 수학 학습지,

(x축과 y축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최소 3개 학년은 뛰어넘은 수준)

초등학생이 보기에는 너무나 작은 영문들이 빼곡히 적힌 영어 학습지들.



어떤 아이는 너무나 바쁘게 숙제하느라

종이 친 줄도 모르거나,

종이 친 줄 알더라도

아마도 학교 끝나고 바로 가야할 학원의 숙제가

발등의 불처럼 급해 도무지 손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개포동 길 글자가 안보이는 표지판

아마도 그 아이들(또는 부모님)의 전략이거나

그러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도대체 너무 아이러니한 이 상황이

답답하고 당혹스럽고

교사로서 어떻게 해야할지의 기로에 놓인다.

그러한 행동에 대한 나의 제지가 필요한 건지

더 많은 시간을 줘야하는지 의문스럽다.



막상 올해 수능을 볼 아이들도 아니고,

입시가 내년인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리도

쫓기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어쨌든 지금 그 아이에게 중요한 건

학교에서의 수업보다

풀어가야할 숙제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학교 수업에 함께 하고 있고

발표도 곧잘 하며,

수업에 즐겁게 참여한다.



단지 학원 숙제의 양과 늪에 빠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눈치를 보며 학원 숙제를

학교에서도 해나가는 아이도 일부

교실에는 분명 존재한다.



모순되지만,

최소 2~3개 학년을 뛰어넘은

숙제를 하느라 바쁜 아이들의

교과 성적을 냉정히 매기자면,

100점은 아니다.



오히려 태도가 바르고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고 참여 하는 아이들이

수행평가 점수도 단원평가 점수도 더 좋다.

무엇을 위한 선행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성적이 입시에

그리고 고등학교 내신에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에

버리고 가기로 한 것인지

정말로 숙제를 미뤄서 힘든 것인지

교사로서는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동네 화단

분명 학교에서 수업을 열심히 듣는 대신,

학원 숙제를 하고 있는 아이들 중에서

훨씬 더 좋은 아웃풋을 내고

나아가 좋은 입시 성적을 낼 아이들도

나올 수 있다.


아마도 전략적으로

택할 것과 버릴 것을 이미 다 정해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도대체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할 만큼

지금을 뛰어 넘고 가까운 미래를 뛰어 넘어

더 먼 미래에 배울 것을 이해하느라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는 과제가 주어지는 것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끔은 의문스럽다.



때로는 얄밉고

때로는 안쓰럽다.

친구들이 학원 숙제 하고 있다고 이르는 와중에도

서랍에 넣는 마지막 순간까지

학원 숙제를 버리지 못하는 그 이유를

정말로 묻고 싶지만,

그냥 마음속으로 묻어두기로 한다.



<교사의 시선에서 본 학원과 숙제의 상관관계>

학원들이 수업에 많은 것을 가르치며 그만큼 숙제를 많이 내준다

▷그런데 아이들은(엄마들은) 어떻게든 다 해간다

▶그리하여 아이들의 실력(아웃풋)은 좋아진다

▷아이들이 해내니 학원들은 더 많은 숙제를 제시한다

▶그리고 아이들은(엄마들은) 시간을 쪼개 다 해간다

▷결국에 숙제를 하며 학원 수업을 잘 따라간다

▶학원 시험을 보고 통과하여, 진도를 더 빠르게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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