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이 치유받아야 할 곳
아이가 자라면서
'절대' 다치지 않고 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외적으로 눈에 보이는 상처든
내면의 상처든
누구나 다치며 다시 아물고 성장해나간다.
학교에서 근무하다보면
무탈하게 건강한 것이
그리고 평온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사소한 실수로 다치거나
또는 친구와 부딪혀서
또는 방과후에 어딘가에서
찢어지고 아프고 다친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독감이나 감기가 유행하는 시즌이 되면
한 반에 1/3 정도가 결석을 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무균의 상태로 감염없이
또는 상처 하나없이 자라는 것은
불가능하고 어려운 일이다.
병원 가야될 것 같은데
그런데
상처가 곪고 터져서
정말이지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묵과하고 모른 척 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오히려
고열이 나거나,
피가 나거나,
뼈가 아프면 하루 이틀 이내에
반드시 소아청소년과를 찾아갈텐데
애석하게도 마음에 난 상처와 이상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침착하고 모른 척 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는 그러지 않는데,
작년 선생님은 그런 말 없으셨는데, 학원에서는 그러지 않는데
마치 담임 선생님의 '탓'인 마냥
누군가에게 화살을 돌리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검사를 요하는 증상'을 보임에도
그것은 교실에서'만' 보이는 행동일 뿐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우리 아이는 아픈 곳이 없다는
도리어 그렇게 아이를 '낙인'찍어
기분이 나쁘고 속상하다는 말마저 들어야 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십여년의 교직경력동안
모든 학교들에서 '아픈' 아이들을 만났다.
두 세시간 내내
정말이지 소름이 돋을만큼 무서운 포효 소리를 내며 화가 풀릴 때까지 모든 것을 집어던지는 아이,
친구가 팔꿈치로 밀었다고
쓰레기통을 던지고 뚜껑을 박살내는 아이,
그렇게 자기가 잘못한거면 창문으로 뛰어내리겠다고 창틀로 뛰어드는 아이,
발작하듯 화를 못참아 교실 바닥을 구르며
입에 거품물듯 울음을 토해내는 아이.
냉정하게 현실을 말하자면
'정상'이 아닌 행동을 보이는 아이에게
담임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한 선생님 탓이자
아이를 소외시키는 다른 친구들 탓이자
아이의 컨디션 탓이 된다.
어머님 검사 받아보세요
'자폐' 증상이 의심되는 아이가
아무런 검사도 없이 단지
'불안도'가 높은 것이라며
선생님이 잘 살펴봐주시라 부탁하는 학부모에게
정말이지 검사를 받아보시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는 의료인도 아니고,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폐증상을 진료받고
처방받고, 치료받을 수 있다면
아이는 더 행복할 것 같았다.
만약 심해서 자폐 등급을 받아
특수 교육에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지금처럼 본인과 남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발작하듯 울고
한치의 오차도 인정하지 않는 그 아이를
교사인 나도
친구들도
참아내는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주의산만, 과잉행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
요즘 많은 아이들이 보인다는 ADHD 증상
주의산만과 함께
관종처럼 과잉행동을 하며
충동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보이는
ADHD로 의심받는 아들들이 많지만,
실상 정도가 심한 아이들은
검사를 받지 않는다.
진짜 '약' 먹어야 하는 아이들은 안 먹고
집중력을 강화시켜준다며
약을 안 먹어도 되는 아이들이 더 많이 먹는다.
3학년 정도까지는 화가 나도 두려운 정도는 아닌데,
4학년 이상의 강한 ADHD 성향을 가진 학생이
어떤 포인트에 화가 나서
온갖 물건을 던지고 친구를 위협하면
정말이지 교사도 사람이라서 무서울 때가 있다.
약 먹어야 될 것 같은데
누구나 그 말을 떠올리지만
감히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한다.
정말 ADHD 증상이 강한 아이들은
약을 먹으면
온순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장기 복용은 거부하거나,
의사 선생님의 처방과 달리 투약량을
학부모가 줄이거나 격일로 먹이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낙인찍히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색안경을 낄까봐
병원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학부모의 마음의 위안일까
아니면 정말 아이의 그 행동이
'교실'에서만 보이는 특수한 케이스이기 때문일까.
무서운 것은 그런 현상이
다른 사람을 더 아프게 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죄없이
흥분하고 화나서 화풀이하고 있는
'아픈' 친구가 진정될 시간이 필요하니
모른척 안본척 기다려줘야하고,
담임교사가 그 아이와 실랑이하는 동안
알아서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해야한다.
혹여나 불똥이 튀어 던진 물건에 맞거나
다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참고 기다릴 뿐
내일도 그 다음날도 교실에서의
이상 행동은 계속 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아이를 병원에 가서 '진료' 한 번 받고
'치료'를 받으면
모두가 평온할텐데
그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권유하거나
지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행동을 반복적으로 대처해야하는
교사의 몸과 마음도 아파지고
말리다가 팔목이나 발목을 실제로 다치거나
불행하면 맞기도 하지만,
그 모든 사건의 실마리는
아픈 아이 학부모의 손에 달려있다.
실은 병원에 다녀왔는데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빠트리고
가르쳐주지 않기도 한다.
분명 이 정도 클 때까지
부모가 뭔가 특이점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할 리가 없다.
없는데 무언가 숨기듯 방어적이고
남에게 피해의식을 가진 듯한 말을
신경질적으로 내뱉는다.
자기 아이를 몰라주고
헤아리지 못해주는 남 탓을 하면서
아픈 아이들이 잘 못 되었다거나
교실에서 없어져야한다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 소중한 존재고
아픈 아이든 아프지 않은 아이든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진료를 받고 병명을 알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을 끙끙 안고 사느라
아이도 부모도 지쳐가면서
숨기가 숨기는 것은 오히려 무섭게 병을 키운다.
남들이 이해해주기만을 기대하고,
무조건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인내와 배려를 바라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은 들장미 소녀 캔디가 아니다.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참아야할 아이는 안 참고
참지 말아야할 아이들만 참는다.
마음이 아픈 걸 알아달라고
소리지르고 울고 화를 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더 고함을 지르고 울부짓어도
부모는 아픈 것이 아니라고
치료받을 것이 아니라고 치부한다.
제발
진료는 병원에서 약은 약국에서
처방받았으면 좋겠다.
정신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아닌
일개 교사는 마음 아픈 아이들을
치료해줄 전문 지식도 도구도 없는 교실에서
진료실도 아닌데 온갖 아프다는 행동과 말을
다 참아내고 견뎌야만 한다.
학교는 병원이 아니고
교실은 병실이 아니다.
아프면 병원을 가는 것은
의료 강국 대한민국에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운동하다가 다치거나
넘어져서 아픈 것처럼
누구나 정신적인 아픔도 가질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꼭 학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이겠지만.
덧. 오늘 작성한 글 속 사례는 실제 보고 경험한 사례이다. 일부 지역에 국한 된 것이 아닌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서 이러한 현상이 늘어나고 있고 교실 속에 글 속에 나온 사례의 아이들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으며 현재 근무교만의 사례가 아님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