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없지만 신비한 교실 속 어린이 유형_#1

case by case, 애바애(애 by 애)

by 대치동 비둘기

학교에서는 매년 종업식을 마치고 나면,

다음 학년도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학급의 가출석부를 받는다.



재학생이라면 종업식에 받는 통지표에서,

신입생이라면 입학식 전날 이알리미 또는 문자에서,

다음 학년도의 반을 알게 된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일지

친구들은 어떤 아이들일지 궁금해하는 것처럼

교사들도 똑같은 설렘과 걱정으로

새로운 학년을 준비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학부모들은 어떤 아이들일

동학년 선생님들은 어떤 분들일까



교직 경력이 쌓이고,

아이들을 많이 많나면서 느끼는 것은

해마다 서로 다른 상황이지만

비슷한 부류끼리 묶을 수 있는 유형이 있다는 것이다.



A는 작년 OO 같고, B는 재작년 VV 같다


해마다 개성 강하고

저마다 다른 아이들을 만나지만,

마치 데자뷰처럼

어디선가 본듯한 말과 행동을 만날 때면

낯선듯 낯익은 듯 신기한 기분을 경험한다.




개성이 몹시도 궁금해서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긴 하지만,

몇 가지의 기준으로 분류되는 유형을 소개해보겠다.






유형별로 알파벳을 붙인 것은 글을 쓰며 생각나는 순서일 뿐,

우선 순위나 등수가 아니다.



A유형 : 선비 스타일

마치 조선시대의 선비처럼 점잖고, 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키운 것인지 신기하리만큼 말과 행동이 바르고 긍정정인 유형


"어머님 도대체 어떻게 키우신 거예요?너무 궁금해요."

학부모 상담 중에 툭 튀어나와버린 진심이 담긴 질문을 한 경험이 있을만큼

정말이지 양육이나 교육 방법이 궁금해지는 스타일이다.


무엇을 하든 크게 흔들리지 않고

본인이 해야하는 것을 묵묵히 하며, 적극적일 때는 적극적으로

차분하게 해야할 때는 차분하게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해낸다.


학교에서도 그렇겠지만, 학원에서도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는 유형이고

친구들도 좋아하며 교우관계가 두루 우수하고,

학업 성취도도 높은 편이다.



B유형 : 천재 스타일

모르는 게 없고, 지식 습득이 빠르며 기억력이 좋거나 과제 집착력이 좋은 유형


천재 스타일이라고 하면 요즘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선행을 해서 모르는 게 없는 '지식 천재형'과

태생부터 다르고 딱 보면 느껴지는 '진짜 천재형'

요즘은 사실 '지식 천재형'들이 워낙 많아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진짜 천재형'은 많으면 해마다 한 명

적으면 한 해 걸러 한 명 정도 만난다.


'지식 천재형'은 모르는게 없고

안해본 것이 없기 때문에 발표도 잘하고

무엇이든지 자신있게 풀어나간다.

단, (아마도 학원에서 배우고 있는) 다른 학년의 선행 지식과

현재 학년의 수업 지식 격차 때문에 수업을 지루해하거나 선 넘는 행동을 하곤 한다.



선생님 X는 언제 배워요, 지루해요, 재미없어요, 이미 알아요
곱하기 나누기 언제 해요, 소수점으로 문제 내도 되나요?



지식 천재형 어린이가 수업시간에 요구하는 질문을 들으면

학부모는 뿌듯할까? 의문이 든 적이 있는데,

어쨌든 남보다 앞서서 알게 된 지식은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

친구들은 똑똑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진짜 천재형'은 정말이지 남달라서

쓴 글이나 생각하는 바를 듣고 있으면

진짜다, 하는 느낌을 준다.

제자 중 한 명은 3학년 때까지 학원을 다녀본 적도

자기가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결국 사교육 도움 없이도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에 입학했고,

부모님 역시도 남달라 아이가 궁금해하면 하루 종일 같이 생각해주고

밤새 망원경을 본다는 일기를 봤던 기억이 있다.




C유형

사업가 유형

스케일이 남다른 이 유형은 공교육에서는 안 맞을지 모르지만,

남다른 마인드와 창의력을 가지고 있는 유형


학창 시절 하라는 대로 가라는 대로 말을 잘 들었던

모범생 유형이었던 교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지만

때로는 부럽기도 한 스타일이 있다.


대범하고, 남다른 창의력으로

문제 해결 방법도 특이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난 놈'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얘는 뭐가 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아이들이 있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험심이 강하고,

좋게 말하면 용기와 도전 정신이 좋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앞서나가고 앞뒤 구분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밀고 나간다.


미래에 무언가 큰 기업을 이끌거나

유명인이 된다면 지금 이순간을 추억으로 떠올릴까 궁금하게 하는

미래가 기대되는 유형이다.




D유형 : 운동 선수 유형

민첩성, 협응력, 순발력, 심폐 지구력 등의 운동 체력과 기초 체력이 넘치는 유형


체력왕인 운동 선수 유형은 발육 상태도 남다르고

신체 활동에 굉장한 자신감을 보인다.

게다가 달리기도 또래들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두각을 나타내는데

이어 달리기 대표 선수는 따놓은 당상이며,

체력이 넘쳐 아무리 활동적인 체육 수업 후에도

에너지가 남아 교실에서도 움직임이 전혀 둔해지지 않는다.


운동장 수업 시간에 대표로 준비 운동을 하거나,

선두에서 활동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운동을 잘하다 보니 또래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특히 남자 아이의 경우 그들만의 피라미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E유형 : 과묵한 유형

좋은지 나쁜지 질문을 해도 반응이 시원찮은 편이지만, 대체로 맡은 바를 꾸준이 열심히 하는 유형


아이들은 또래랑의 시간보다는 선생님과 함께 하는 수업 시간에

말수가 많이 줄어드는 편이다.

하교 지도를 하고 나면, 그 아이랑 오늘 한 마디도 안 나눈 것 같고

내가 뭘 가르쳐 줬었나 싶기도 하게 하는 유형의 아이들로

선생님의 손이 타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할 바를 스스로 잘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안하고 있는데'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잔소리의 대상이 되거나, 꾸지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가끔씩 보이는 과묵한 유형의 미소와

뿌듯한 표정으로 오늘도 나쁘지 않았구나 라고 짐작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선생님의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좋거나 싫은 것에 대해 말을 못할까봐 걱정되기도 하지만

과묵하면서도 할 말을 하는 요즘 아이들 스타일에 비춰볼 때

모든 것을 참고 말을 숨기지는 않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유형이 좋고 싫음을 떠나

다양한 아이들을 교실에서 만나는 것은 몹시도 반가운 일이다.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서도 매일 배우며 살아간다.



오늘 소개한 유형 중에

특이하게도 내가 많이 배우고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 유형은

'사업가 유형' 이었다.

가지지 못한 것과 가지 않은 길을 부러워하는 어른 중 하나로서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가지고

남다른 시선과 행동을 해내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입학 전,

<학교 선생님들은 어떤 유형의 아이를 좋아하는가>하는 질문을

주위에서 많이 받는 편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



옛 어른들의 말처럼

아이들을 선생님의 입맛에 맞춰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

단지 교실 속에서 수용될 수 있는 범위로

깎고 다듬어지며

서로 조화를 맞춰갈 뿐이다.



그러니 우리 아이가 어떤 유형인데

다른 유형의 아이를 부러워하며

우리 아이를 구박하지 말자.







F유형은 2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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