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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곧 Aug 10. 2018

초1 기억력

바닷가 포구에 가면 빨간 원색의 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또 그 건너편에는 눈에 부시게 하얀 흰색 등대가 있다. 이 등대들은 배가 들어오는 방향을 지시한다  


이번 여름 방학을 맞아 내려 온 초등학교 1학년 손녀와 함께 부산 송정에 있는 청사포 해변에 갔다. 빨간 등대 밑을 빙빙 돌며 뛰어 다니던 녀석이 난데없이 물어본다. “ 할아버지 이 등대는 왜 빨간색이고 저기 등대는 왜 흰색이예요?” 하는 수 없이 얼른 인터넷을 검색해서 방향을 확인하고 알려주었다. 등대 밑을 뱅뱅 돌며 뛰어다니던 손녀는 설명을 건성으로 듣고는 또 뛰어 다닌다.


이틀이 지나 손녀가 그림일기를  쓰는데, 그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빨간등대는 오른쪽이 위험하니 완쪽으로 가라는 표시이고 흰색등대는 왼쪽이 위험하니 오른쪽으로 가라는 표시이다” 이틀전에 건성으로 들은 등대 지시 방향을 일기에 쓴 것이다.


뇌과학자들의 기억구조 논리를 빌려 굳이 설명한다면 그림일기를 그리면서 빨간색이든 등대든 어떤 기억이 네트워크 연결 뉴런을 건드려 그 방향을 기억해 냈을 것이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그 방향이 기억될 수 있는 계기가 있었기에 뉴런 네트워크가 한번 듣고도 형성이 되었을 것이다.


자기가 보고자 하는 점이 무엇인가에 따라 기억하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린아이의 보는 관점 즉 보는 창틀인 프레임은 어른이 보는 프레임과는 다른 것일까? 그래서 어른은 방향이구나 하고 기억하는데 비해 이 나이의 어린이는 오른쪽이 위험하다고? 하며 이를 기억하는 것일까?


아니면 8세 어린이가 막 뉴런이 가지치기를 활발히 하면서, 요때 특별히 듣는대로 보는대로 기억으로 복사하는 능력이 있는 것일까?  


친척들 자동차 번호를 모두 줄줄이 말하기도 하고 노래를 듣고 100인의 위인을 모두 기억해야하는 3절 가사를 끄떡 없이 불러대는 등 가끔씩 그 기억력의 능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특히 대부분의 아이들 처럼 또 몇년 후면 언제 그랬는가 하고 그런 기억능력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좀 붙잡아 두고 싶은 생각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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