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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e Aug 23. 2018

놀이

금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8살짜리 손녀가 이번 여름 방학에 부산에 와, 집사람과 함께 3주를 지냈다.태어나서 3년 동안 같은 집에서 생활을 한터라 엄마아빠와 지내는 것 만큼 익숙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 대신 다른 것을 먹으면 안되겠냐고 물어본다. 아침 숙제를 시작하면서 숙제를 다하면 무엇을 하게 해줄 것인지 물어본다. 함께 외식이나 외출을 하려면 나가서 자기에게 재미있는 것이 뭐가 있는지를 물어본다. 놀고 싶다는 것이다.


모든 아이가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이 아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변덕을 부리고 많은 요구를 해도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단순한 행동이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지금 놀이를 좋아하는 자기 감정을 무디게 만드는 상황에 치열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함께 놀아주던지 아니면 혼자 놀이를 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 하는 것이다.


숙제를 하더라도 빼기 더하기 한페이지 문제를 풀면서도 놀이를 한다. 풀이한 그 숫자들 중에서 가장 큰 숫자가 그 페이지를 넘어갈 수 있는  암호인데 이것을 찾아내기 위해 문제를 푼다는 것이다. 혹은 한 페이지를 다풀면 놀이 카페에 손님이 5명이 더 왔다고 좋아한다.


숙제를 다하고 나서는 예쁜 아이들과 여러가지 디저트를 그려서 색칠하고 정성껏 오려 이것을 갖고 논다. 그 종이 주인공들은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디저트도 먹으며 수다도 떨고 질문도 하고 답변도 한다.


방학동안에 여러번 광안리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하며 놀았다. 손녀는 매번 해변 모래성을 한껏 쌓아놓고 논다. 어김없이 종이 인형 몇개를 모래에 꽂아두고 한 시간 이상 이야기 왕국을 만들곤 한다.


놀이 속 이야기 왕국에서 아이는 무한한 상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위로도 받고, 혹은 고통 받기도 하고 기쁨으로 웃기도 한다. 이 아이는 이야기 나라에서는 결코 어린이가 아니라 성숙한 주인공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 듀런트는 유년기를 놀이의 시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놀이를 통해 이 아이도 빠르게 성숙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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