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기일
며칠 전에 가수 주현미 씨가 부른 “밤비 내리는 영동교”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거짓말같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주룩 흘렀다.
언젠가 부산의 한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이 나서 다 부르지 못하고 반주만 듣고 있었던 적도 있다. 그 이후 이 노래는 다시는 부르지 못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집안 모임이 있으면 아들 노래를 듣고 싶다면서 자주 나한테 불러 달라곤 하셨던 노래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가 20년이 넘었는데도 이 노래만 들으면 호흡이 가빠지고 먹먹해지다가 눈물이 고이는 이유가 내 몸과 정서가 어머니를 노래로, 소리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그리움을 자극하는 노래 가사 말들이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공유되고 밀착되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듣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
개인의 인생은 무한한 자연의 시작과 현재 사이에 조금 허용된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엄마와 내가 자연으로부터 받은 허용된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인생이라는 문이 닫히고 나면 다시 무한 속에서 연결되지나 않을까?
오늘이 어머니 기일이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엄마 얼굴과 웃음과 몸짓이 생생히 기억나는 게 이상할 정도이다. 이 생생한 기억들이 시간의 차이를 연결시켜주는 사다리가 되고 있다.
그녀의 따스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 사랑으로 가득한 웃음은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어머니가 없는 지금은 그리움으로 가득한 날이지만, 언제나 그녀의 사랑과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
손주 녀석들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이 모습을 어머니께서 보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손주들에게 증조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증조할머니와의 시간 차이를 연결하는 사다리를 놓아주고 싶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