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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e May 14. 2020

목련과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세상이 어수선한대도 집 앞에 있는 목련은 어김없이 얼굴만 한 큰 꽃봉오리를 들어 올리고 있다.

목련은 활짝 피기 전이 더 예쁘다. 활짝 피면 곧 시들 것이기 때문이다. 목련 꽃이 아름다운 것은 짧은 시간 동안만 펴있는 유한함이 아닐까 싶다. 만약 1년 내내 펴있다면 그 귀함을 어찌 알까?

인간의 아름다움과 위대함도 이 유한한 생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가 함께 있었던 유한한 경험, 그의 생각, 그의 글 등이 아쉬워 더 아름답게 남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자연은 목련의 꽃도 사람의 수명도 제한 해 놓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봄바람과 심술궂은 봄비로 꽃이 스려 져 버리는 일이나, 암이 생겨 생을 마감하는 일들은 그런 유한함을 지켜 주려는 수단일지도 모르겠다.

자연은 어느 개체도 영원히 번성할 수 없는 어울림의 조화이다. 바이러스도 암도 심술궂은 봄바람도 모두 자연 속에서는 이유 있는 존재와 행위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원망하고 거스르려 한다면 아름다움도, 편암함도, 감사함도 갖지 못할 수 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것은 삶이 비록 유한했지만 그동안 화려하게 꽃을 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원히 살지 못함을 아쉬워한다면 감사기도를 드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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