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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눈물.

리히텐슈타인 - 행복한 눈물

by 김대호

그 말을 듣는 순간 메말랐던 눈물샘이 순식간에 적셔졌다.

돌처럼 굳은 불안과 자괴감이 빗물을 맞은 설탕처럼 녹아내리고,

모노필름으로 현상한 듯한 세상이 총천연색을 되찾았다.


건조한 어투로 내게 소식을 전한 그가 악수를 권했다.

오늘 처음 본 그의 손을 마주 잡는데 나도 모를 힘이 들어갔다.

고갈됐다고 생각했던 기력이 다시 혈관을 타고 온몸에 스며들었다.


“그럼 다음에 봅시다”

눈물을 흘리는 얼굴이 지겨운지 그는 업무적인 말을 남기곤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었다.

온몸과 두뇌를 휘감고 오르는 벅찬 감정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처럼 언젠간 메말라 사라질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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