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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푸덕 앉아.

by 김대호

지나간 후회는 산처럼 쌓이고,

다가오는 걱정은 바다처럼 아득하다.


뒤는 태산이요, 앞은 망망대해.


바닷가에 철푸덕 앉아,

모래 사이 빛나는 조개껍데기 짚어 본다.


‘나처럼 가만히 있어 봐’

조개의 속삭임이 진주 같다.


두 팔로 무릎을 안고 멀리 바라본다.

가만히 그리고 깊이 들어본다.


바다가 복숭아뼈를 만지고 도망간다.

바람이 목덜미를 휘감고 사라진다.


희미하던 내가 보인다.

모래 위 그림자가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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