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소한 예지능력

by 김대호
(@여수엑스포 미인전)



가끔 나는 평소에는 1도 없던 예지능력이 생기곤 했다.
어머니와 거실에 앉아 TV를 볼 때가 바로 그런 때다.

주말 저녁 성금을 모으는 프로그램에서
불우한 이웃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나오곤 했다.
슬픈 감정이 일어남과 동시에
왠지 어머니가 울고 계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머니 얼굴을 바라보면 아니나 다를까
얼굴이 벌게지셔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계신다.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을 보는 눈빛을 느끼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시면서 눈물을 닦곤 하셨다.

또 다른 날 이번엔 인기 정극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방백 내레이션을 읊조리며
남주인공과 이별을 하는 장면이 나올라치면
설마 이 정도 장면에도. 라는 궁금증으로 어머니를 바라본다.

역시나 휴지뭉치로 눈가를 닦고 계신다.
그러다가 아들이 자기를 바라보는 걸 아시는 순간
웃음을 터뜨리며 휴지로 눈두덩이를 누르신다.

생각해보니 어떤 날은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기도 했었다.

평소 어머니는 가요를 탐탁지 않게 여기셨기에
인기가요 프로그램에서
가수 "비"가 웃통을 벗어제끼며 타이틀 곡을 부르는 장면에
어머니께서 불편하실까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했다.

그때.
"대호야 가만히 좀 있어봐"라고 어머니는 나를 나무라셨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라 잠자코 채널을 고정하고
비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어머니와 함께 시청했었다.
소녀시절에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했다는 어머니의 고백과 함께.

이런 일련의 기억들을 종합해볼 때
내가 가끔 꽤나 멋진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눈물을 흘린다거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손을 내미는 무조건 반응을 보이거나
여자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현상들은

분명
어머니의 따듯한 유전자가
내 DNA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꽤나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증거는 너무 확실하기에 예지능력 따위 필요가 없다.

#감히아마도모든어머니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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