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종

by 김대호

비 한 방울 보지 못한 몇 달
붉은 평야의 끝없는 넓이만 한
절망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다.

배고픔에 지쳐 울지도 못하는 애들을
할매에게 억지로 맡기고
부인과 밭에 나와보지만

붉은빛이 동쪽에서 솟아 나와 사라졌다가
서쪽 하늘에 홀연히 나타날 때까지
땅을 헤짚어봐도 찾을 수 있는 건
앙상한 감자 몇 개.

곡괭이 손잡이를 힘 없이 붙들고
대지를 뒤덮은 주인 없는 불행에 몸서리치며
두 눈을 감고 있는 사이

대엥- 대엥- 대엥-

멀리 성당에서 종소리가 천천히 밀려온다.

힘겹게 눈을 떠 성당을 바라보니
부인이 두 손을 모으고
묵언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

얼마 사이 후 부인의 얼굴에서
먼지 덮인 두 볼을
짙은 갈색 눈물이 힘겹게 내려간다.

순간 그녀의 마음이 전해져
나도 모르게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인다.

대엥- 대엥- 대엥-

몇 개월 만에 땅에 떨어진
먼지 섞인 눈물방울에
성당의 종소리도 함께 운다.

#밀레 #만종 #명화로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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