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사랑한 인디바위

시골 아이들의 물놀이에 대하여

by 김대호



어제 후배네 조카들과
계곡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다
옛날 기억이 떠올라 기록해본다.

주일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
여름날 오후 예배 후에는
개울로 물놀이를 가곤 했다.

이곳저곳 구경하고 서로 떠드느라
실제 이동거리는 많지 않은 아이들 걸음으로도
선생님을 이끌고 교회에서 5분만 걸으면
마을을 두르는 개울이 나타났다.

시골 아이들은 지형지물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지역 전문가들로
초짜들처럼 아무 개울에서나 놀지 않는다.

적당히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바위 구조와
시원한 나무 그늘의 휴식공간이 구비됨과 동시에
충분한 수심과 유속이 보장된
놀기에 완벽에 가까운 공간이어야만
물에 뛰어들기 위해 아이들은 기꺼이 윗도리를 벗는다.

그런 면에서 우리 마을 개울가의 인디바위는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 썸머 레디 바위였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인디바위는
이층 건물 높이의 위용으로
아이들이 물로 뛰어들며 스릴을 즐기기에 적절했다.

동시에
바위 윗면은 너른 하면서 평평하고
울창한 나무로 덮여 있어
어르신들이 천천히 부채질하며 휴식하기에도 적절했다.

거대한 인디바위를 만나 개울 물길은 꺾이고,
바위 앞은 꺾인 물길로 바닥이 패이면서
바닥에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수심이 깊어져
아이들이 마구잡이로 수영하기에 공간이 충분했다.

저절로 있던 바위처럼
아이들은 여름이 되면 저절로 나타나
이름 모를 영법의 수영으로
바위와 물속과 물가에서 바위로 올라가는 샛길을
쉴 새 없이 누비고 끌어안고 헤엄치고 뛰어든다.

계곡이든 호수든 바다든
물놀이는 시계추를 빠르게 흔들게 한다.

어느새 해가 뉘엿해지고
노는 모습을 구경하던 선생님이 집으로 돌아가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인디바위 위에
함께 철퍼덕 앉게 되는 시간이 온다.

몇몇 시덥잖지만 흥미로운 소문을 나누다
햇볕에 적당히 몸이 덥히고 피부가 마르면
아이들은 엉덩이를 탁탁 털고 일어나
윗도리를 입고는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작열하는 태양에 바삭해진 시멘트 길 위로
아이들의 쓰레빠 물자국과
아랫도리에서 떨어지는 짙은 물방울 자국이
점점이 찍혀 아이들을 졸졸 따라간다.

혼자 남은 인디바위는
기약 없는 다음 물놀이와 아이들을
벌써부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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