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책길

by 김대호



나무 그늘에 들어서자

참고 있었던 매미들이 일제히 울며

여름 공기를 시원하게 찢는다.


-그거 알아?

매미들은 7년 동안 땅 속에서 지내다

여름 한철 올라와 2주 동안 울다 생을 마친대.


매미들이 울고 있을 법한

숨 막히게 짙은 나무를 올려다보며

잘난 체 반 섞어 말했다.


-신기하네.


그녀는 흰 신발로 걸음을 떼며 대답했다.


-불쌍하지. 7년이나 땅 속에만 있다가

2주만 세상을 보다니.


그러자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땅 속에 있던 매미의 삶이 불행했을 거란 생각은

우리의 편견일 거야.


큰 눈의 그녀 시선이 다시 나무로 향한다.


-불행했던 존재가 낼 수 있는

소리의 색깔이 아니잖아.


녹음 사이 보이지 않는 매미들이

동의하듯 습한 공기를 울린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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