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이야기.
띵. 띵. 띵.
키오스크를 통해 얼굴도 못 본 손님이 주문한
햄버거 세트들을 만드느라
알바로 일하는 가게의 토요일 오후는
쉴 새 없는 알림음과 함께 항상 분주하다.
늦은 아침 알바복을 갈아입을 때부터
이른 밤 다시 벗을 때까지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눌 토막 시간도 챙기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갑자기 주문 알림음이 뜸해지고
매장 홀 쪽에 서있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곤 양 손에 세정제를 비비고
검은색 알바복에 문대며 카운터에서 나가본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
키오스크 기계 앞에는 중절모를 쓴 노신사의
지팡이를 쥔 손이 스크린을 누르지 못한 채
길을 잃고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꽤 긴 시간 망설인 건지
셔츠의 등부분이 땀으로 번졌고,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과 흔들리는 눈빛이 가득이다.
망설이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땀으로 반투명해진 셔츠를 톡톡 두드린다.
-손님 카운터에서 주문 도와드릴까요?
-아이구 그래 주면 고맙지.
노 신사는 지팡이를 들지 않은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대답한다.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미군기지에서 처음 만났다는 그의 부인이 먹고 싶은
소고기 베이스 버거의 주문을 부가 정보와 함께 받는다.
-요즘 저런 기계들 때문에 우리나라인데도
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챙겨드린 휴지로 얼굴을 두드리고 숨을 돌리며
말을 이어나가신다.
-영화관에 일찍 가도 자리는 만석이고,
기차표도 표를 끊는 사람이 없는데도 매진이야.
콜라와 감자튀김, 버거를 각각 두 개씩
종이봉투에 차곡히 담아드리니
-이거 못 샀으면 안사람이 아주 시무룩했을 거야 고마워요 껄껄.
라고 웃으시곤 중절모를 고쳐쓰시며
천천히 문으로 향하신다.
지팡이로 길을 살피는 그의 모습을 보며
키오스크와 모바일 어플들의 등장에
소외된 사람들의 당혹감을 생각해 본다.
띵. 띵. 띵.
다시 시작된 주문 행렬을 맞이하려는 찰나.
피쉭!
순간 번뜩임이 뇌리를 뚫는다.
하. 계산받는 걸 까먹었네.
하루 알바비의 절반으로
할아버지의 버거 값을 메꾸면서 생긴
안타까운 심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날 출근과 함께 매니저가 건네 준
오픈 전부터 기다린 사람이 주고 갔다는
검은 봉투 때문이다.
검은 봉투엔 달 것 같지만 못생긴 사과 다섯 개와
동전까지 계산한 완벽한 버거 값이
흰 봉투에 담겨 있었다.
이런 사과는 그 어떤 키오스크로도 살 순 없겠지.
띵. 띵. 띵.
검은 봉투 속 사과를 가만히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