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에서 만난 엘사

by 김대호

탄천에서 얼음공주 엘사를 만나다.

친구를 만나기 전 시간이 남아
가을에 젖기 시작한 탄천을 찾았다.

점점이 징검다리도 건너고
물든 낙엽도 바라보고
그늘에 앉아 좋아하는 작가의 책도 읽었다.

땀이 맺힐 정도로 걷다
쉴 겸 농구 코트 벤치에 앉았는데,

바로 그 순간!!
탄천 엘사가
그녀의 할아버지 할머니로 보이는 노부부와 함께 나타났다!

두발짝 걸을 때마다 한번씩 웃는 꼬마 엘사는
작은 막대기 같은 마법 지팡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따금 지팡이를 휘리릭 휘두르며
할아버지 할머니께 '얼음!!' 이라고 외치는데,
나이가 어려도 벌써부터 마력은 무척 뛰어난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 상황이 그리 재미난지 미친듯 꺄르르 웃으며
노부부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나간다.

진짜 마녀인가 싶다.

다행히도 아이가 얼마쯤 가다가 돌아와
'땡' 이라는 상투적인 주문으로 마법을 풀어주어
노부부가 탄천 농구코트에서 서서 밤을 새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장난스럽게 마법을 걸고 푸는 꼬마 마녀가 그리 귀여운지
할아버지는 얼음이 되어도 허허허 웃고만 계신다.

저리 따듯한 얼음상이라니
이 곳이 진정 동화 속인가 싶다.

#역시딸이답


(그림 : 작가 Yont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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