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소년이 열 살이 되던 해 여름 가족여행을 떠났었다.
동해바다의 여러 모래사장 중 한산한 곳에 차를 세우고,
파도와 모래의 접경선에서 가족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맥박처럼 일정한 파도가 남긴 진갈색 잔상은 소년의 놀이터였다.
그때, 바다의 부정맥이 도졌나 보다.
갑자기 치던 파도의 배 이상 강력한 파도가 쳤고,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소년은 파도에 휩쓸렸다.
하얀 포말에 휘감겨 뽀글거리는 소리의 몇 장면이 흐르고,
소년이 정신을 차려보니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목격한 소년의 부모님 증언에 따르면
소년을 바다로 끌고 들어간 파도가 치고 얼마의 시간 뒤
다시 큰 파도가 소년을 해변으로 밀어다 놨다고 했다.
그 후 소년은 바다에 가까이 가지 못하는 몇 년을 보냈다.
시간은 흘러 소년은 산소통을 메고 바다로 혼자 들어갈 수 있는 자격도 얻고,
결혼을 하고,
아내 그리고 어린 아들과 함께 다시 바다를 찾았다.
그 옛날 소년을 끌고 갔다가 다시 육지로 밀어낸 파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어린 아들은 바다의 맥박이 신기한지 물끄러미 다가오는 파도를 바라보았다.
아내는 그런 아이를 보며 윤슬같이 웃었다.
삶이란 기회를 선물해 준
바다에 고마워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