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감, 고유감각
요즘 이강이는 엄지손가락 맛에 푹 빠져있다.
혼자 누워있다가도 이내 왼손을 번쩍 들어 손을 얼굴의 한 부위에 접촉시킨 다음 투박하지만 천천히 입으로 엄지손가락을 끌고 온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 두 입술 사이에 엄지가 도착하면
‘쭈압 쭈압’ 힘차게 엄지를 빨며 맛을 음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강이가 엄지 맛을 보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것과는 달리
어른들에게 엄지를 입으로 갖다 댄다는 것은 매우 손쉬운 행동이다.
왜냐하면 ‘고유감각’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엄지를 입으로 갖다 대보자.
우리는 우리의 입이 신체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직관적으로 그릴 수 있고,
엄지가 어디에 있는지도 감각으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엄지를 입으로 갖다 대기 위해서는 오른팔에 있는 관절을 얼마나 굽히고,
팔 근육을 어느 정도의 힘과 수축, 이완을 해야 아프지 않게 엄지를 적당한 속도로 입에 가져다 댈 수 있는지 체득하고 있다.
평소에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직관적인 감각, 5감이 아닌 제6감이 바로 고유감각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책에는 신경의 염증에 의해 고유감각을 잃은 크리스티너라는 인물이 나온다.
크리스티너는 고유감각의 부재로 신체의 존재조차 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붕 떠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바닥을 눈으로 보지 않으면 걸을 수조차 없고,(걷는다는 동작은 전신의 수많은 고유감각이 제 역할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어떤 동작을 주의 깊게 하더라도 눈을 감으면 몸이 무너져 버린다.
한마디로 고유감각이 사라져 누워있기밖에 못하는 신생아가 된 것이다.
안타까운 기록에 비해 참 다행스럽게도 우리 이강이는 느리기는 하나, 고유감각을 하나씩 하나씩 익혀나가고 있다.
며칠 만에 엄지가 입에 도착하는 속도도 많이 빨라졌다.
고유감각을 익힌다는 것은 이강이의 의지와 독립심, 유연성, 끈기, 감각과 신경계통의 유연성을 익힌다는 것이며,
이 세상에 혼자 힘으로 우뚝 설 수 있는 힘을 키운다는 것일 테다.
그 멋진 순간까지 힘차게 엄지를 빠는 이강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