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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로’가 주는 깨우침

계란 후라이 인생을 피하기 위해

by 김대호

요즘 난이와 일반인들을 선발해 남녀 간 만남을 주선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세간의 화제를 몰고 있는 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지닌 묘미는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법한 인간 군상들이 그 어떤 영화보다 스릴 넘치는 인간관계의 구도와 긴장감을 보여준다는 데 있겠다.

난이와 나는 무알콜 맥주를 들이켜며,

어떤 참가자에게는 인간적인 호감이나 연민을 느끼며 응원을 보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줏대 없거나 비열한 행동으로 야유를 퍼붓는다.

그러던 중 어느 돌싱 여자분의 자기소개에서 잊지 못할 문장을 듣게 된다.

“알을 남이 깨면, 계란 후라이가 되고,

내가 깨면, 새 생명으로 태어난대요.“

그래서 자기는 돌싱이라는 사회적 굴레를 직접 깨기 위해 방송에 나와 행복하고, 새로운 삶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소개였다.

재밌기도 하면서 동시에 깊이 와닿는 말이다.

그 옛날 헤르만 헤세도 데미안 작품을 통해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일의 어려움과 중요성에 대해서 멋지고 길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분의 말처럼 우리는 살면서 삶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알껍질들을 만나게 된다.

이혼남, 이혼녀는 마땅히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 숙여야 하고, 과도하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사회 저변의 무의식뿐만 아니라,

모름지기 그래야만 한다는 사회적, 폭력적인 관념과 편견들.

포기를 소환하는 그건 안될 거야 라는 무수한 걸림돌들.

하던 대로, 해왔던 대로 하는 것이 좋다는 뉴튼도 혀를 내두를 관성의 법칙들까지.

본인이 간직하고 꿈꾸던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리고 한 번의 인생을 계란후라이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의지’라는 소중하고 작은 부리로

나를 보호하는 척 감싸고 있는 알껍질 들을

콕콕콕

꾸준히 두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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