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당직 서며 쓰는 이강이 500일 축하의 글
추석에 당직 서며 쓰는 이강이 500일 축사
우연의 일치로 민족 명절 추석에 이강이가 태어난 지 500일이 되었다.
500일의 썸머라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500일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은 상당히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꽤 긴 시간이다.
할바는 해야 하는 아빠로서 추석에 당직을 서야 하기에, 이강이가 무사히 500일을 맞이한 경사를 글로 대신 축하하고 싶다.
우선 이강이가 걷는 걸 넘어 달리는 아이가 된 것을 축하한다.
사람이 달린다는 것은 한 다리가 땅에 닿기 전에 다른 발을 이용해 공중으로 도약하는 순간적인 비행 동작의 연속이다.
이강이는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정하고 더 빠르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움직이는 운동으로 표현할 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가끔은 내리막 길이라서, 아니면 발을 헛디뎌서 의도치 않게 달려야 되는 일도 일어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넘어지지 않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하다.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특히 팔 벌린 아빠에게로 달려오는 모습은 아빠의 ’최애의 순간‘이란다.
둘째로, 따라 하는 이강이가 된 것을 축하한다.
엄마가 말하는 단어들을 비슷하게 따라 하고, 아빠의 손동작이나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따라 하며 수줍게 씨익 웃는 이강이가 참 귀엽고 멋지다.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은 어쩔 수 없이 모방이기에 큰 나무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이강이는 이제 마친 것이다.
엄마, 아빠, 가족과 선생님을 넘어 이 세상의 많은 멋진 것들을 보고 따라 할 이강이가 결국엔 모방한 것들을 재료로 이강이만의 멋진 무언가를 창조하길 바란다.
아빠는 언제든 놀랄 준비가 돼 있단다.
마지막으로, 주관을 가진 사람이 된 것을 축하한다.
먹기 싫은 반찬을 주면 얼굴을 휙 돌리고, 타기 싫은 카시트에서는 온몸으로 표현하고, 자기 싫은 순간에는 침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강이가 대견하다.
이제 이강이는 꽤나 뚜렷한 주관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호불호와 관점이 있으며, 그러한 주관은 곧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이자 창문이 된다.
또한 그 창문은 결국 인생의 방향을 나타내 줄 것이기에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엄마 아빠는 이강이가 어떠한 주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할 뿐이지, 결국 이강이의 주관을 만들고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이강이만이 가지고 있는 권리일 것이다.
현재 지구를 살아가는 79억 명의 사람들이 지닌 79억 개의 주관 중에서 세상을 이롭고 아름답게 바라보고, 만들어가는 이강이만의 빛이 나는 주관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비록 오늘은 당직을 서느라 함께 있어주지 못하지만
엄마 자장가 들으며 엄마 손 꼭 잡고 잘 자길.
그리고 501번째 날에는 아빠가 즐겁게 놀아줄게!
이강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