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기억 나세요?

by 율팬


이 뽑던 날, 기억이 나십니까?


실 두 가닥을 곱게 꼬아

흔들흔들하는 이에 동여매고

어, 저거 봐라 하며 딴 데 시선을 끄는 사이

이마에 불이 번쩍 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할머니 혹은 아버지 손에는

뿌리까지 쑥 뽑힌 이가 들려 있었지요.

그 실겅실겅 이에 감기던 느낌 아직도 생생한데

아이가 벌써 젖니를 갈 만큼 자랐습니다.


저는 아예 이 뽑아줄 생각도 못하고

병원 가서 뽑아 주마 이야기를 했는데

한 3년 아이를 키워 주신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데려오기 전날 아침, 아이를 앉혀 놓고

"집에 가도 자주 놀러 오니라. 할머니가 열쇠 가방에 넣어 놨다." 하시며

아이 이마를 툭 치자 어이쿠나, 어느새 하얗고 작은 이 하나가

바닷가 조개껍질 묶어 만든 목걸이처럼 실 끝에서 대롱대롱 춤을 춥니다.


아이고, 어머니 하며 문 밖에 섰는데

갑자기 가슴 뭉클하고 눈물 핑도는 건 웬일인지

오히려 담담하게 "엄마, 피 나요" 하는 아이를 보고

응, 응. 대답만 하였습니다.


아랫니는 아래채 지붕

윗니는 위채 지붕

"까치야 까치야, 헌니 주께. 새 이 다오."

할머니의 그런 사설을 듣곤 했는데

옥상에 다녀 오신 시어머니도

어린 손녀 새 이 나기를 빌고 오셨답니다.


이제 곧 새 이가 쏘옥 올라오겠지요.

평생 아이의 맑은 미소와 함께 할 이(齒) 그 이가 모두

영구치로 바뀌는 날 아이는 또 한번 세상을 살아갈 힘찬 걸음

용감하게 튼튼하게 디딜 수 있으려나요.


앞니 빠진 강아지

뒤또랑에 가지 마라

붕어새끼 놀랜다


이런 놀림에도 당당할 수 있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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