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회사의 '새야채쏘세지'를 구우려고 썰었더니
연분홍빛 직사각형 말랑말랑한 소시지에
완두콩도 들어 있고 주황빛 당근도 들어 있습니다.
그것들은 소시지 전체를 놓고 보면 그리 많은 양도 아닌데
하나하나 썰려 나갈 때마다 잊지 않고 나타나니
밋밋한 소시지보다 모양도 예쁘려니와 맛도 더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두껍고 얇게 썰리는 그 면면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으니
허, 그것참, 싶은 생각이 문득 듭니다.
내가 아닌 다른 이가 썰 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겠지요.
이미 도마 저쪽 썰려 나간 것들은 내가 지나온 길 같고
덩어리째 남아 있는 저쪽은 아직 내가 가지 않은 길 같습니다.
시시때때로 사람을 참 막막하게 하는 짐보따리 같은 완두콩이랑
지워지지 않고 남은 생채기 같은 당근도 이렇게 제 할 일 하는데
어쩔 수 없다고, 이길 수 없다고,
지난 기억과 오늘의 짐들 탓하며
주눅 들거나 고개 숙이지는 말아야지 위안을 삼는 아침.
달걀물 곱게 입혀 노릇노릇 맛있는 -
그대, 새해에도 소시지 하나 구우십시오.
* 어, 소시지를 싫어하신다구요?
그럼 햄으로 준비할까요? 아님, 다른 야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