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대한 단상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반년이 지났다. 늘 나의 일상과는 큰 상관없이 지나갔던 다른 전염병들처럼 금방 종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난 시점 다시 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요즘 주변 사람들은 그때 갔던 여행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는 말을 종종 한다.
별다른 기대감이 없이 떠났던 여행,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갔던 출장길, 다음에 시간 될 때 가야지 하고 미뤄뒀던 여행지 등이 마지막이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그때는 별게 아니었는데, 지금은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소중한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나도 출장으로 떠났던 암스테르담이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줄은 몰랐다. 토요일에서 화요일까지 주말을 끼고 다녀온 출장이라, 엄청 큰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근데 지금은 그때의 사진을 돌려보며, 2020년에 의미를 부여한다.
발길이 닿는 곳에 갈 수 있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피부로 느끼고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게 전혀 특별한 줄 몰랐다.
그런 시간은 이제 이질적인 느낌이 되었고 더 이상 이전처럼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때가 그립고 한 편으로는 후회스럽다.
마치 회사에 처음 입사하고 대학생 때 충분히 놀지 못한 것을 한참동안 후회했던 그 감정이다. 근데 다시 또 생각해보면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 곳곳에 후회가 묻어있다.
인생이 원래 후회와 아쉬움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아직 잘 사는 방법을 몰라서 후회할 지을 하는지 잘 가늠이 안된다. 난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 중일까.
분명 어디론가 가기 위해 사는데, 한동안 어디론가 가지 못하고 정체된 느낌이 든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에서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영화에서 신의 딸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죽는 날을 알려 준다.
역설적이게도 죽는 날을 알게 된 사람들은 슬퍼하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시작한다.
게이가 되거나, 고릴라를 키우거나, 사랑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죽는 날을 알고 나서야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니, 가혹하고 슬프지만 아름답다.
다시 원래의 글로 돌아오면, 2020년 1월이 마지막으로 어딘가 가야 되는 줄 알았다면 사람들은 더 열심히 걷고 보고 느꼈을 것이다. 하고 싶었던 일을 미루지 않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했을 것이다.
그래, 무엇이든 마지막 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얼굴을 보는 것도, 지금 먹는 음식도, 하고 있는 일도, 지금 있는 곳도 말이다. 이제는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