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를 정리하는 글,
2020년이 마무리되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뭔가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매번 낯설다.
한 해를 돌아보면, 무기력했던 시간이 많다. 전 세계가 전염병으로 고통스러워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과 함께 인간과 인간 사이의 거리도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보다 더 나아질 거라는 알량한 기대감은 매번 무참히 박살 나고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무기력함이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누른다.
2020년은 새로 시작하는 것이 많았던 한 해다. 나란 사람이 원래, 새롭게 무언가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올 한해는 결코 녹록지 않았던것 같다.
그런데도 한 해의 마지막까지 왔다는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나야 그 과정이 내게 무엇을 말하려는지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은 내 안에 무언가를 채우는 것과 같다. 처음 새롭게 시작할 때는 모르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더 이상 내 안에 더 넣을 공간이 없어 과부하가 걸린다.
그런 과부하는 대체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전의 것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인간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채우는 데 한계가 있다.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 잘 모른 체 계속해서 더 넣다 보면, 앓아눕게 된다.
따라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보다, 해왔던 것들을 잘 마무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몸과 마음으로 깨닫게 되는 한 해였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서는, 내 안에 있는 다른 무언가를 비워야 한다. 내 안을 채우던 것을 비우면, 한동안 공허함이 나를 괴롭힌다.
그런데도, 어느 때에는 이전의 것을 비워야 하고 지금 당장은 괴롭더라도 새로운 것을 채워야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완벽해지려는 욕심이 비워야할 것을 비우지 못하게 막는다. 어느 것도 버릴 수 없는 절박함, 즉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마음가짐.
그래서 그 상태가 지속할수록 몸과 마음은 병든다.
이제는 깨달아 간다.
채우고 비우는 것의 반복, 그게 자연이 섭리다.
2021년 내게 그저 오늘 하루를 살자는 말을 당부하고 싶다.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도, 과거에 얽매이지도, 순간에 너무 고립되지도 않는 상태. 그냥 내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
더불어, 한없이 부족하고 연약한 저와 한 해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제 글을 읽고 계신 구독자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