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바쁜 일상이 이어졌고, 내 나름 인생의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
취미로 하던 게임도 못 켠 지 며칠이 됐고 가족들에게 통화도 일주일에 한 번을 못 걸고 있다.
그렇다고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지는 않지만, 정신이 온전히 한 쪽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제부로, 중요한 일이 끝났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마음 상태가 됐다.
얼마 전 우리들의 블루스 요약 영상을 봤다.
이병헌이 나오는 에피소드였는데, 대화가 마음에 여운을 남겼다.
대화를 발췌하여 적어본다.
신민아: 이렇게 계속 파도만 보니깐 멀미 난다.
이병헌: 뒤돌아
신민아: (뒤를 돌고 감탄사를 뱉는다.) 와..
이병헌: 나중에도 사는 게 답답하면 뒤를 봐, 뒤를. 이렇게 등만 돌리면 다른 세상이 있잖아.
앞만 보고 있으면, 끝이 없고 막막하기 마련인데,
뒤를 보면, 내가 지나온 길이 보인다. 이미 한 번 지나온 곳에서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나는 어떤 하나에 빠지면, 잘 벗어 나지를 못한다.
온 신경을 그곳에 집중하고 밤이고 낮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물론, 내가 신경 쓴다고 해서 일이 더 빨리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냥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이다.
물론, 그래서 더 잘해온 것도 있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 계속해서 정신을 차리는 것이고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위의 짧은 대화가 위로가 됐다.
앞을 보고 가다가, 지치면 등만 돌리면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구나.
지금 그 상황을 포기하지만 않으면, 쉬어도 되고 실수해도 된다.
혹여나 이 글을 보고 있는 힘든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도, 등을 돌려서 지나온 길을 보라는 것이다.
등만 돌리면, 이미 내가 걸어온 그 세상이, 내가 남겨 놓은 발자취가 있으니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지금 필요한건 약간의 에너지와 자신에 대한 믿음 뿐이다.
한참을 쉬다가 나아갈 힘을 얻어서 다시 앞으로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