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내게 힘이되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 일상 에세이
많게는 이 주일에 한 번, 적게는 몇 개월에 한 번씩, 고향 친구들을 만난다. 고향 친구들과 별다른 놀이를 하지 않더라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고향 친구들과 있으면, 어렸을 적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우리 집은 친구들 사이에서 아지트였다. 집 근처에서 한참 동안 공을 가지고 놀다가 배고파지면, 나는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갔다. 물론, 친구들에게 밥을 차리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처음에는 1~2명이었다가, 몇 년이 지나 한 초등학교 5~6학년쯤이 되어서는 8~12명의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러면 어머니는 한결같이 친구들에게 밥을 먹여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사실 우리 집은 다섯 가족 먹고살기에도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단칸 방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동고동락했고, 그 이후로 고등학교 때까지는 냄새가 진동하는 수세식 화장실이 딸린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내가 친구들을 데려왔을 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불만을 말한 적이 없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현재 그때 어머니의 나이가 돼서 돌아보면, 가뜩이나 우리 가족 먹고살기도 빠듯한데 친구들을 데려와서 밥해 달라고 하는 큰아들에게 자주 화가 났을 것 같다. 이제야 어머니 마음이 이해된다.
지난주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꺼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너네 집에서 먹었던 라면이 정말 맛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그때 기억이 가끔 떠올라, 그냥 그 기억만으로 마음이 넉넉해져.”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잊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순간 내게 늘 머무는 행복한 기억을 통해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내 가족 하나 지키는 것도 힘들던 시절, 아들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밥을 해 먹였던, 그런 넉넉한 마음을 가진 분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된다.
비록 아직 내게 그 정도의 넉넉함은 없지만, 이기심이 생겨날 때 잠시 멈추고 넉넉함으로 내 마음을 채워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나라는 사람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해온 경험과 기억, 환경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 나의 뿌리는 주변의 수많은 가치관 속에서, 온전한 나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산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늘 행복한 기억이 머무는 삶이고 싶다.